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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교황 후보인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7)이 과거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모습. /사진=X 갈무리 |
차기 교황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7)이 과거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불렀다는 이유로 가톨릭계 보수파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 진보 가톨릭 매체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는 지난 30일(현지 시간) 타글레 추기경이 2019년 '이매진'을 부르는 영상이 콘클라베를 앞두고 SNS(소셜미디어)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NCR은 해당 영상의 재등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타글레 추기경을 겨냥한 보수계의 디지털 비방 캠페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캐나다 보수 가톨릭 매체 '라이프사이트뉴스'를 배후로 지목했다.
라이프사이트뉴스는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충격적이다: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인가? 이 곡은 종교, 천국, 그리스도의 왕권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찬가"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매진' 가사에서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차기 교황 후보로 언급되는 추기경이 반기독교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른 것 자체가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타글레 추기경은 공연 당시 문제의 구절을 아예 부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타글레 추기경은 해당 부분을 비롯한 몇 구절이 생략된 단축 버전 노래를 불렀다고 NCR은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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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와 피에트로 파롤린 등 추기경들이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내에 모여 있다. 이날 앞서 교황이 안치된 관이 대성당 내부로 옮겨졌다. /바티칸 로이터=뉴스1 |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 개혁 노선을 충실히 계승한 인물로서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고 불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해 정통 보수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는데, 타글레 추기경도 동성애자·미혼모 등에게 보인 '가혹한'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타글레 추기경을 향한 이같은 디지털 비방 캠페인은 가톨릭 내 보수 세력이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진보 성향 성직자가 또다시 가톨릭 수장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네거티브 공세에 나선 것으로 매체는 분석했다.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다음 달 7일 시작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타글레 추기경을 비롯해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과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가나),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이탈리아), 로버트 사라 추기경(기니), 마테오 주피 추기경(이탈리아)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김소영 기자 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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