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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칵 뒤집힌 민주 “사법부의 대선 개입…유력 후보에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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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열린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열린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상고 기각’을 전망해온 민주당은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획 재판” “사법부의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성토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탄핵에 나서는 등 전면전에 돌입했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보수 진영의 ‘한덕수 대통령 만들기’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봐서다.



이날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내자, 이 후보는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페이스북)며 큰 동요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대법원 선고 때 이 후보는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 중이어서, 파기환송 소식을 들은 건 그 이후라고 한다.



이 후보와 달리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기에,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재판 일정을 고려할 때 상고 기각 외 다른 결론은 있을 수 없다’고 전망해왔다. 박찬대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고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차기 대선 후보에게 올가미를 씌우고 족쇄를 채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 이 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귀결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후보 등록을 9일 앞두고 맞은 불의의 일격을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도로 보고 있다. 심지어 대선 이후에도 재판을 이어가 대법원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우려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오늘 판결로 국민의힘은 대선 기간 내내 이 후보에게 출마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펼 수 있게 됐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재판에 불려다니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대통령 임기 중에도 형 확정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파기환송 판결(오후 3시) 직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오후 4시)한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한덕수와 조희대가 짜고 쳤냐”(김민석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며 의구심을 품고 있다. 보수 진영이 똘똘 뭉쳐 이 후보를 흔들고, 한 전 총리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정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권한대행을 다시 맡을 예정이었던 최상목 부총리는 한 전 총리와 ‘한 몸’이어서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거라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최 부총리 탄핵안 처리를 시도했다. 본회의 표결 도중 최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이는 불발됐지만,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카드는 남아 있다. 민주당은 내란 주동자들의 수사에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로 이날 심 총장 탄핵안을 소속 의원 170명이 공동 발의해, 곧바로 본회의에서 법사위로 회부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 선고 관련 긴급 현안질의도 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의총에선 “사법부를 향한 대응이니 신중하자”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강경론이 더 컸고, 이어진 원내 지도부와 최고위원들의 회의를 거쳐 내놓은 대책들이다.



민주당은 서울고법이 속도전으로 대선 전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해 이 후보가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처할 경우, 대법원 재상고를 통해 ‘지연 전술’을 펼 계획이다. 박균택 법률지원단 부단장은 비공개 의총에서 “고법이 빠르게 재판을 진행하면 열흘 안에도 결론을 낼 수 있지만, 우리가 (파기환송심 결과) 통지를 받고 상고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끌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변호인들은 형량을 낮추기 위한 법률적 대응을 최대한 해야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캠페인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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