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심' 에너지정책 내건 김문수·한동훈
'탈원전' 거리둔 이재명… "원전 비중 유지"
민주당 내 원전 확대 반대의견 여전히 존재
원전정책 ‘진영탈피’ 흐름… “에너지믹스 전략 필요"
한빛원자력본부. /힌빛본부 |
아시아투데이 이하은·김민환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이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내세운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 측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에 둔 에너지 정책을 제시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 측까지도 기존에 민주당이 견지해 온 '탈원전 정책'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전 정책이 진영 논리에 휘둘리는 현상은 사그라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친원전' 움직임 보이는 국민의힘… "원전 확대"·"산업혁명 인프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당대표의 2강 대결로 접어든 가운데, 두 대선 경선 후보는 모두 원전을 핵심 발전원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내걸었다.
김 후보는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지난달 29일 공약 발표에서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도래하는 10개 원전의 계속 운전과, 해체 중인 2개 원자로를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교체하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건설·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SMR 기술을 활용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60%(대형원전 35%, SMR 25%)까지 확대하면 전기료 50% 인하가 가능하다며 산업용 전기료를 가정용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 공약으로 산업계 지지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펼쳤다.
한 후보도 원전 중심 정책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인공지능(AI) 및 첨단산업 육성과 연계했다. 한 후보 캠프는 지난달 30일 공약 발표회에서 5년 간 200조원 투자로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국 5개 권역에 AI 데이터센터 7개를 설치하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중심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후보는 '데이터 고속도로' 개념을 통해 원자력 발전이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임을 강조했다. 이는 첨단산업 육성과 에너지 정책을 융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탈원전 선회 움직임 보이는 민주… "필요성·위험성 공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제시하면서도 원전의 필요성 또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4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및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원전에 대해서는 전기 공급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병존하고 있다면서 "일방적 '탈원전'도 원전 중심의 정책도 어렵다.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가더라도, 소위 기조전력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특성은 간헐성 때문에 불안정한 것"이라며 "그래서 안정적 전원이 필요하다. 원전을 빨리 조기에 극복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 같은 필요성과 원전이 가진 위험성 두 가지를 적절하게 잘 조화되도록 판단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정, 즉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되기 전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던 윤후덕 의원도 원전이 포함된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하되 여러 발전원의 비율을 잘 관리해야 한다면서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유지하되 사회적 합의로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에너지는 우리의 현실이다. 전기 에너지를 확보해야 대한민국도 성장하고, 또 생활할 수 있다"며 "에너지 믹스는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서울변전소 전경./ 제공=한국전력공사 |
◇원전정책 '진영탈피' 가능할까… 민주 일각 부정적 시각 과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 후보가 원전 유지 필요성을 인정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강행한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줄곧 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민주당이 '탈원전' 주장에서 물러선 셈으로, 친원전 입장을 보이는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까지 이념적인 잣대보다는 실용주의에 입각해 원전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원전 정책이 정치권의 진영논리를 탈피할 수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원자력학회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측에서) 원전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전과는 완전히 차이가 있다"며 "만약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이 신규 원전 3기(대형원전 최대 2기·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까지 유지한다고 하면 문재인 정권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정책이 최종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당내에 원전에 부정적인 입장 역시 여전히 남아 있어 원전 업계 등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이른 상황이다. 문 교수는 "원전 비중을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그 범위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건설 중인 원전, 계획 중인 원전 중 어디까지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원전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은 전력 계통 및 공급의 안정성에 부합하는 정책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현실성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는 원전 산업은 물론 각종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논리에 흔들리거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든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AI,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첨단산업의 성장을 위해 장기적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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