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의 장기 전략적 관계 명시해 군사지원 가능성 열어
15분간 트럼프 총력 설득한 젤렌스키…밴스·위트코프 없던 것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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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회동을 갖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다수 반영된 광물 협정을 타결한 배경에는 지난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서 있었던 양국 정상의 15분짜리 '바티칸 회담'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문에 우크라이나와의 장기 전략적 연계(long-term strategic alignment)를 확인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번영 △세계 경제와의 통합을 지원하는 데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휴전을 다시 우선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휴전 압박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좀처럼 응하지 않자 심기가 불편해진 트럼프를 젤렌스키가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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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트럼프 "광물 협정, 아마도 푸틴 억제할 수 있을 것"
광물 협정이 러시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트럼프 본인도 인정했다.
트럼프는 이날 밤 뉴스네이션이 주최한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이 푸틴을 억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각료 회의에서도 트럼프는 "미국이 현장에 있으면 나쁜 행위자들이 (우크라이나의 광물) 채굴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함께 광물 협정에 서명한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협정을 근거로 설립된 기금을 통해 미국이 직접적인 재정 기여 외에도 우크라이나를 위한 공중 방어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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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앞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회담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배석했다. 2025.04.26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
성베드로성당에서의 15분, 무슨 일 있었나
악시오스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바티칸 성베드로성당에서 만난 트럼프에게 "푸틴에게 더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그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푸틴에 대한 접근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겠다"며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젤렌스키는 평화 협상의 출발점을 러시아 측이 거부한 "무조건적인 휴전"으로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이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를 끝까지 설득했다. 자신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양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강력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이번 광물 협정에도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 설득된 배경으로 우크라이나에 상대적으로 강경한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배석하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다만 푸틴을 회유하는 대신 압박하는 형태로 돌아선 트럼프의 기조가 지속될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29일 트럼프는 ABC 인터뷰에서 "푸틴이 조금씩 나를 조종할 수 있지만 그는 여전히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며 그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미국 의회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주도로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500%의 초고율 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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