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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정부, 우크라에 유리한 광물 협정 서명...러시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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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 장관, 지난달 30일 우크라 부총리와 광물 협정 서명
'우크라 재건 기금' 설립하고 우크라 천연자원 수익 출자
기금 의결권은 양국이 반반씩, 우크라의 美 군사 지원 상환 의무 빠져
美의 안전보장 언급은 빠졌지만 러시아 "침공" 명시 등 우크라 요구 대거 수용
트럼프, 광물 협정으로 러시아 푸틴 압박 수위 높일 수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치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치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2월 정상회담 파행 이후 표류하던 '광물 협정'에 마침내 서명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이번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천연 자원 이권을 취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종전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미국에게 신규 군사지원을 요구할 발판을 마련했다.

우크라 자원 팔아 '재건 투자 기금' 투입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이 이날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입장문에서 3년 이상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국은 잔혹하고 무의미한 전쟁 종료를 돕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은 구체적인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베선트와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협정문에 양국 대표로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번 협정이 발효되려면 우크라이나 의회의 비준이 필요하다.

외신들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노출됐던 협상안을 인용해 합의 내용을 유추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약 3년 동안 이어온 전쟁에서 미국이 지원했던 군비 및 재정 지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월 공개된 광물 협정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향후 광물 등 국유 자원 개발 수익의 최대 50%를 미국이 주도하는 공동 기금에 제공해야 한다. 미국은 공동 기금의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투자 기금의 의결권을 양국이 반씩 나눠가진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 정상회담 직후 이번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회담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서명 역시 미뤄졌다.

외신들은 이번 협정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협정에는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가 명시되고, 미국의 기존 안보 지원에 대한 보상 의무가 빠지는 등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이번 협정에는 우크라이나가 향후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할 경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빠졌다. 앞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투자자 우대, 천연자원 통제권 양도 등을 미국에 약속할 경우 EU 가입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협정에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리아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이 통제하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6일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6일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양국에 이득, 러시아는 '불편'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하이디 크레보 레디커 선임 연구원은 WSJ를 통해 이번 협정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지질적인 이권을 확보할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대가로 신규 군사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은 이번 협정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미국의 베선트는 입장문에서 "이번 협정은 트럼프 정부가 장기적으로 자유롭고 번영하는 주권국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에 전념하고 있음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리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히 말하자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물자를 공급한 어떤 국가나 사람도 우크라이나 재건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매체들은 트럼프가 이번 협정으로 러시아를 두둔하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협정 서명 당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권자 토론회(타운홀 미팅)에서 광물 협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젤렌스키가 지난달 26일 바티칸에서 트럼프와 독대 당시 트럼프에게 푸틴에 대한 압박 강화와 종전에 앞선 일시적 휴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푸틴을 상대하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러시아 당국자들은 평화를 유일한 조건이 우크라이나의 완전 항복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ISW는 푸틴이 지난달 25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의 전선 동결 제안을 거부했으며, 이미 빼앗은 우크리아나 영토를 러시아에 합병한다는 내용을 평화 합의에 넣자며 고집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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