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시사 이슈에 민감한 대응, 힘 되어보고자”
유족 “재밌으시냐, 조롱하냐, 예능감이냐” 분노
유족 “재밌으시냐, 조롱하냐, 예능감이냐” 분노
[KBS ‘무엇이든 물어보살’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강동구 싱크홀(대형 땅 꺼짐) 사고로 가족을 잃어 절망에 빠진 유족에게 KBS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섭외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린 격이고, 두 번 울게 만든 셈이다.
서울 강동구 싱크홀 사고 희생자 유족은 지난 30일 소셜미디어(SNS)에 3장의 사진을 올리고, KBS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을 향해 “조롱하는 것이냐”고 되물은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인 이수근, 서장훈이 일반인의 고민 사연을 전하고 조언을 하는 형식이다.
강동구 싱크홀 유족이 공개한 KBS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와 유족이 답변한 내용. [SNS 갈무리] |
유족이 올린 사진은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를 캡처한 것이다.
해당 메시지를 보면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제작진이라 밝힌 사람은 “저희 프로그램은 MC 이수근, 서장훈 님이 일반인 고민 사연자 분들을 대상으로 고민 상담해드리는 프로그램이다”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어 “최근 OO계정에 싱크홀 사고 유가족으로서 올리신 릴스 내용을 보고 혹시 이야기하신 내용에 대해 고민상담 받아보실 의향이 있으실지 조심스럽게 여쭤본다”며 “연락 주시면 유선 상으로 자세한 안내드리겠다”라고 섭외에 나섰다.
강동구 싱크홀 유족이 공개한 KBS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이 보낸 메시지. [SNS 갈무리] |
이에 유족은 “재밌으세요? 조롱하세요? 이 사건이 예능감입니까”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유족은 “방송사나 언론사에는 특히나 비정상적인 사고회로를 가진 사람이 많은 거냐, 진심으로 궁금하다”며 “진정으로 이 사건에 힘 써주시고 신경 기울여주시는 기자님들, 작가님들에게까지 먹칠하지 마시라. 참고 참고 또 참았는데 너무들 하시네”라고 야속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자 다음 메시지에서 제작진은 “저희가 조심스럽게 여쭤본 섭외 제안이 불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저희 프로그램은 시청자분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예능 프로그램인 것을 떠나,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고민 내용에 대해 다루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때문에 시사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힘이 되어보고자 이전에도 섭외 제안을 드렸던 적이 있다. 생각하신 것처럼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섭외 의도는 아니었음을 정중하게 설명드린다”라고 장황하게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어 “다시한번 깊은 슬픔 속에 잠겨계실 OO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며 애도를 표한다”고 짤막하게 덧붙였다.
강동구 싱크홀 유족이 공개한 KBS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에 보낸 답변 메시지. [SNS 갈무리] |
강동구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3월 24일이다. 퇴근 시간대에 배달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30대 가장은 깊이 20m 구덩이에 떨어져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다. 고인이 사망한 기일로부터 아직 49재도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유가족은 제작진에게 답변은 보내줬다. 유족은 “방송 나가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냐, 죽은 사람 살려주냐”라며 “저희 가족이 당한 일이 얼마나 무겁고 민감한 지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이해했으면 이런 식으로 섭외 자체를 안 했어야 한다. 저희는 하루에도 수천번 수만번 고통 속에서 사는데 이런 식으로 연락하는 거 진심으로 불쾌하고 이렇게 낭비하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