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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뇌까지 적출 …훼손된 주검으로 돌아온 우크라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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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점령지 잠입 취재 중 체포
화상과 찰과상 등 고문 흔적 발견


2021년 우크라이나 법정에 섰던 故 빅토리야 로시나 기자.(사진=로이터연합)

2021년 우크라이나 법정에 섰던 故 빅토리야 로시나 기자.(사진=로이터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잠입해 취재하던 우크라이나 기자가 숨진 뒤 훼손된 주검으로 돌아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가디언, 우크라이나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등 45명 언론인으로 꾸려진 합동 탐사보도팀이 29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소속 빅토리야 로슈치나 기자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주검 교환 때 돌아온 우크라이나 전사자 757명 가운데 한 명이다.

초기 법의학적 조사 결과 그의 시신에는 전기 충격으로 인한 화상 자국, 엉덩이와 머리에 찰과상, 그리고 갈비뼈가 부러진 흔적 등 고문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긴 머리카락은 모두 깎여 있었다. 턱 아래 목뿔뼈(설골)도 부러져 있었는데 목 졸림 피해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로시나 기자 장기가 일부 사라져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로시나는 2023년 8월쯤 러시아 점령지에서 4번째 잠입 취재를 하던 중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붙잡혔고 약 130㎞ 떨어진 멜리토폴로 끌려갔다. 멜리토폴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운영하는 임시 구금 시설이 집중돼 있는 지역이다.

로시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시민을 상대로 어떤 불법 고문 행위를 저지르는지 취재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도 위험성 때문에 러시아군 점령지역으로 잠입하는 취재기자는 매우 드물다.

이후 그는 러시아 남서부 타간로크로 옮겨졌고, 기소되지도 않고 변호사 조력도 허용되지 않은 채 시설에 구금됐다. 주변인 증언에 따르면 그는 구금시설에서 투여받은 정체불명 약물로 인해 식음을 전폐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이 감옥에서 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4월 로시나 가족에게 그가 살아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러시아에 수감자 교환 명단에 그의 이름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8월에는 로시나가 직접 부모와 연락해 “곧 풀려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시나는 결국 28세 일기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이 로시나 사망 사실을 우크라이나 측에 통보한 것은 작년 10월이었다. 러시아에 붙잡힌 채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그가 처음이었다.

로시나 기자가 구금시설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러시아 당국 공식 사망 통보까지는 몇 주간 공백이 있다. 이듬해 2월 시신을 돌려받기까지도 4개월이 더 소요됐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로시나 죽음을 둘러싼 전쟁범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러시아의 민간인 인질 납치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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