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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3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문구가 써진 모자를 청중들에게 던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미국 경제가 처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올 1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가 전분기와 견줘 0.3%(속보치·연율 기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것을 두고 시장에서 나오는 평가다.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된 관세정책이 오히려 무역적자를 초래한 데다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경기부양과 물가억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증시에서 나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경기 기대감을 키워왔던 미국 입장에서 이번 수치는 자존심을 크게 흔드는 성적표다. 30일 성장률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를 탓하고 나선 것부터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미(對美) 투자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한 백악관 만찬에서도 역성장의 원인을 바이든 정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역성장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소식은 아니다. 1분기 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산해 공개한 성장률 전망모델이 역성장 가능성을 예고했고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 금융사도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개장 직전 나온 역성장 발표에 일제히 급락 출발했다가 장중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고 일부는 상승 마감한 것도 이미 예견된 수준이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4월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수입업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수입을 일시적으로 늘린 효과를 걷어내면 기조에 깔린 미국 경제의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보다 40% 넘게 급증하면서 GDP 성장률을 깎아내린 수입 규모가 정상화되면 성장률이 정상 궤도를 되찾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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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이 지명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후보가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
골치가 아프게 된 건 연준이다. 오는 5월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불거진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 조기인하론에도 어느 정도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성장률 수치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1.8%에 그친 것을 두고 좋지 않은 조짐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2분기를 시작하는 4월의 민간 고용 지표도 좋지 않다. 급여관리업체 ADP리서치에 따르면 4월 민간기업 고용은 6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전달 14만7000명 증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2만명도 밑도는 수치다.
문제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여전히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치(2%)를 크게 웃돈다는 점이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집계됐다. 월가에선 3월 수치가 이달 발표된 상호관세 충격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는 점에서 앞으로 물가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4월 들어 더 악화된 소비심리와 민간고용 지표를 확인하고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대체로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의 통화정책 전망을 확률로 표시한 페드워치 자료에 따르면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여전히 90% 이상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보다 금리를 더 잘 안다"며 다시 한번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금리 인하로 대처하려는 모양새지만 시장에선 향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얼마나 빠르게 해소되는지가 경기침체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넬라 리처드슨 ADP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안감이 오늘의 화두"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고용주들이 고용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무역 정책 불확실성은 대규모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무역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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