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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선거판 뒤흔든 ‘反트럼프 효과’, 호주 총선서도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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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호주 유권자들이 내달 3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시드니에 있는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호주 유권자들이 내달 3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시드니에 있는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영어권 5개국 정보 동맹)에 속한 호주가 이번 주말 총선을 앞둔 가운데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반트럼프 여론’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호주 총선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진보 성향 노동당과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맞붙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호주 집권 노동당은 캐나다 집권당과 마찬가지로 지지율에서 보수 야당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2022년 집권 후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과 집값 폭등으로 인해 앨버니지 총리와 노동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 전쟁을 개시하며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부르며 주권을 깔아뭉갠 캐나다만큼은 아니지만,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 중 하나인 호주 역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호주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0% 상호관세도 예고했다.

그 결과 총선을 앞두고 여론 지형도 뒤바뀌었다. 선거의 초점이 노동당의 경제 실정에서 미국이 촉발한 대외 불안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선례가 다른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짚었다. 호주에서도 ‘트럼프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리더십을 원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노동당을 앞질렀던 자유당·국민당 보수 연합은 이른바 ‘트럼프 따라 하기’로 역풍을 맞고 있다. 야당 연합을 이끄는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진보의 경직성을 비판하는 용어)’ 문화를 공격하는 트럼프식 화법을 사용했고 반이민, 규제 완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의 공약을 내세우는 등 판박이 정책도 내걸었다. 여당은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이름을 따 ‘도지 더튼’이라 부르며 조롱했다.

여기에 더튼 대표가 ‘호주판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내정한 저신타 프라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따라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Make Australi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MAGA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야당 연합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자가 덧씌워졌다.

마크 케니 호주국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사실상 제3의 후보로 등장했다”면서 “트럼프 때문에 더튼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워졌고, 독립적인 인물로 보이지도 않았다”고 짚었다.


그 결과 지지율도 노동당 우위로 역전됐다. 최근 시드니모닝헤럴드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에 나쁘다’고 답했고, 부동층 유권자의 35%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더튼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호주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했고,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이 단독 과반 확보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레드브릿지 엑센트가 실시한 조사에서 노동당은 53%를 기록, 자유·국민당 연합(47%)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브릿지는 노동당이 단독 과반으로 승리하거나 일부 무소속 의원 등을 끌어들여 연립 내각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노동당이 하원 의석 151석 중 최대 85석을 확보해 단독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자 더튼 대표와 자유당은 황급히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으나 등 돌린 여론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스콧 모리슨 전 총리의 자유당 정권에서 대변인을 지낸 앤드루 카스웰은 “트럼프는 보수 진영의 승산을 산산이 부숴버린 파괴자”라며 “호주 유권자들은 (트럼프 정부를 보며) ‘저런 게 변화라면,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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