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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크라, '공동 재건기금' 광물협정 서명…미 "러시아 침공"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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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우크라이나 재건' 공동기금 설립…우크라 자원개발 '미국 지분'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회동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회동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공동 투자 기금을 설립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광물 개발 관련 일부 지분을 얻게 됐다. 지난 2월 양국 정상의 설전으로 연기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협력을 과시하고 러시아를 향해 '평화 프로세스' 참여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양국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도 재건 투자 기금은 양국이 의결권을 반반씩 나눠 갖고 공동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가 지하 토양, 인프라 및 천연자원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한다"고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광물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행되면서 협정 체결도 무산됐다. 이후 양측은 논의를 이어왔고, 지난달 26일 두 대통령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앞서 15분 동안 독대하면서 협상 타결 분위기가 형성됐다.

양국이 합의했던 광물협정 초안에는 석유·가스, 물류 인프라 등 우크라이나 국유자원 개발 수익의 50%를 미국이 주도하는 기금에 할당하고, 기금 일부를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가 핵심 요구사항으로 꼽은 미국의 전후 안전 보장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종 초안에도 미국의 전후 안전 보장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는 명시됐다. 외신들은 "공동 기금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는 미국이 우선권을 가진다"며 "향후 미국의 군사 원조 예산도 이 기금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수정된 내용도 있다. 애초 미국은 우크라이나 광물과 개발 인프라 통제권을 요구했는데, 이는 EU(유럽연합) 법률에 위배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최종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미국이 통제권을 요구했던 자포리자 원전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고,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도 공동 기금 기여로 간주한다는 당초 미국의 요구도 빠졌다.


30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미 재무부 X

30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미 재무부 X



미 정부는 이번 협정을 체결하며 그동안 언급을 꺼려온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표현을 처음 공식으로 사용했다. 재무부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위해 제공한 막대한 재정적·물질적 지원을 인정하며, 이번 경제적 파트너십으로 양국이 자산·재능·역량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협정 체결이 "지속가능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에 전념하고 있음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리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물자를 공급한 어떤 국가나 사람도 우크라이나 재건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우크라이나 측 대표로 협정에 서명한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 장관도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안보, 회복, 재건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반영한다"며 "오늘 우리가 체결한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국 모두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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