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1기 집권기 당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임명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
30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4월 민간기업 고용 지표는 미국 경제가 ‘트럼프 침체’에 빠져드는 조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2%를 크게 웃도는 데다, 관세 인상 영향으로 앞으로 상승폭을 다시 키울 것이란 우려도 커서,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가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이 전분기에 견줘 0.3%(연율) 감소했다고 밝혔다. 4분기의 2.4% 성장에서 뒷걸음질을 하면서, 2022년 1분기(-0.1%)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했다. 금 수입이 크게 늘고, 관세 인상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퍼지며 수입액이 41.3%나 급증한 것이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거의 5%포인트 깎아내렸다. 연방정부 지출도 5.1% 감소했다. 이런 변수가 없었다면 성장률은 플러스였겠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이 1.8%에 그친 것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
2분기를 시작하는 4월의 민간 고용 지표도 좋지 않다. 급여관리회사 에이디피(ADP)리서치는 4월에 미국 민간기업들이 고용을 6만2천명 늘렸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이는 전달 14만7천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에이디피리서치 수석 경제학자 넬라 리처드슨은 “오늘의 화두는 ‘불안’”이라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채용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29일 컨퍼런스보드는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6.0으로 전달보다 7.9 떨어지며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0년 5월(85.9) 이후 최저치로, 90을 밑돈 것은 2021년 1월(87.1) 이후 4년여 만이다. 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3월 물가는 2월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 결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3월에는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전년동월대비로는 전달(2.8%)보다 0.2%포인트 낮은 2.6% 상승했다. 이는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치인데다, 4월부터 인상된 관세 영향으로 상승폭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에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4월 들어 나빠진 소비심리, 민간고용 지표를 확인하고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있다.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한 연말 금리 전망 점도표를 통해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를 금리를 내린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의 통화정책 전망을 확률로 표시한 페드워치(FedWatch) 자료를 보면 6∼7일 열리는 5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6월 회의 전망은 0.25%포인트 내릴 확률과 동결할 확률이 6대4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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