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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장벽이 아니다"…'장애인과 동행' 행복 일구는 일터

뉴스1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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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장벽이 아니다"…'장애인과 동행' 행복 일구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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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호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JSW 행복공작소

중증·경증 장애인 43명에 안전·행복한 일자리 제공…사회공헌도



김민자 씨./뉴스1

김민자 씨./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지역 장애인 고용률은 2024년 기준 37.4%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는 의미다.

설령 일을 하고 있더라도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상당수 장애인 근로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장애인 자립의 핵심은 경제활동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이 ‘근로자’로서 능력을 발휘하고,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능력 마음껏 발휘"…안전하고 행복한 일자리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1년, 김민자 씨(69)는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김 씨가 수년간 다니던 업체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다리가 불편한 김 씨에게는 맞지 않았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애인고용공단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의 직장을 얻게 됐다. 어느덧 올해로 입사 5년 차 베테랑이 됐다.


김 씨의 주 업무는 장식용 화훼를 재배하고 장식하는 일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김 씨는 "일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일터를 구하지 못해 많이 상처받았다"며 "지금은 특기를 살려 일을 할 수 있어 보람도 있고 즐겁다"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사공건 씨(62)는 교통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쳤다. 몇 차례 큰 수술 끝에 상태가 호전돼 목회 활동을 하다 제주에서 제3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하지만 취업의 문은 좁기만 했다.


사공 씨도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회사 실외 조경을 담당하고 있으며,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그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사공 씨는 "한 번 작업을 하면 땀에 옷이 젖을 정도로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며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사공건 씨.

사공건 씨.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

이들이 다니는 회사는 ‘장애’를 차별하지 않고, 행복하고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장, 바로 행복공작소㈜(이하 행복공작소)다.


제주신화월드는 2019년 4월 자회사인 행복공작소㈜를 출범시켰다. 제주 최초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 지급 등 엄격한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행복공작소'는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중증 장애인 14명과 경증 장애인 29명 등 총 43명이 이곳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행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제주신화월드의 실·내외 조경과 환경미화를 도맡아 고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객과의 접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친절하게 제공하면서 제주 관광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제주신화월드 행복공작소㈜는 근로자에게 승진과 성과금 지급, 리조트 이용 할인 혜택 등 모회사 직원과 동일한 복지 제도를 제공하며 차별 없이 대우한다.

또한 안전관리자 배치, 건강체크, 음주 및 혈압 측정 등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정년도 65세로 연장했으며, 정년 이후에도 촉탁직 제도를 통해 나이에 상관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행복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도내 부속섬에서 환경정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집 달아주기’ 환경 캠페인을 추진하기도 했다.

박흥배 상무

박흥배 상무


"장애에 대한 편견·구분 없는 환경 조성 주력"

행복공작소㈜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데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운영을 총괄하는 박흥배 상무다. 박 상무는 행복공작소㈜ 운영을 맡으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과 구분이 아예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박 상무 역시 20여 년 전 사고로 경증장애를 얻었다.

그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더 이상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항상 강조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대우받는 과정을 통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근로자들에게 억지로 일을 시키거나 재촉하지 않는다"며 "심층면접을 통해 기존 경력을 반영한 다양한 직무를 개발했고, 특히 정신장애 근로자를 위해 흙으로 치유하는 친환경 채소농장 직무도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최근 열린 2025년 장애인고용 촉진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고령층과 중증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장애인 근로자의 장기근속 환경 조성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모기업 임직원들 덕분에 받은 상”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행복공작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일자리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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