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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독대’ 통했나…미국·우크라 광물협정에 ‘러시아 침공’ 명시

헤럴드경제 김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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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독대’ 통했나…미국·우크라 광물협정에 ‘러시아 침공’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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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회동 사진. [EPA]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회동 사진. [EPA]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광물, 석유, 가스 및 기타 천연 자원에 대한 공동 투자를 설립하는 계약을 30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인 뒤 두 달 만이다.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래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제공한 중대한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번 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두 나라는 양국의 자산, 재능, 역량이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함께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인정하길 꺼리던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번영, 재건 및 세계 경제 체제에 대한 통합 지원을 보장한다는 내용에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


양국이 현금으로 출연할 공동 투자 기금은 미국이 통제하며, 기금으로 이전된 수익에 대해서는 미국에 우선권을 부여하게 된다고 언론들은 소개했다.

특히 미국의 미래 군사원조 기여금을 이번에 설립되는 기금에 기여하는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합의의 핵심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 안전 보장 문제가 포함되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명시되고, 미국의 기존 안보 지원에 대한 보상 문제도 빠지는 등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광물협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향후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시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도 빠졌고, 미국이 통제권 확보 필요성을 거론했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말 광물 협정 서명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으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노딜’로 끝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유감을 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사과했으며 양측은 협상을 통해 최근 광물협정 체결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열리기 조금 전에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다시 만났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관련 내용 브리핑을 받은 소식통 두 명을 익명으로 인용해 당시 독대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토록 촉구하는 한편, 영구적 평화협상에 앞서서 일시적 휴전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해당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을 상대하는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겠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독대 후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아마도 그(푸틴)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러시아에 은행 제재나 2차 제재를 추가로 가할 가능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