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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후폭풍에 증시 저점매수까지…은행 가계대출 4조원 '쑥'

머니투데이 이병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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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후폭풍에 증시 저점매수까지…은행 가계대출 4조원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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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월별 증감액 추이/그래픽=윤선정

5대 은행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월별 증감액 추이/그래픽=윤선정



4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해제했던 여파가 주택담보대출 수요로 이어졌고,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흔들리자 '저점 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은 마이너스통장까지 뚫어가며 신용대출을 받아 갔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42조32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대비 3조7742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월별 잔액 추이로 따져봤을 때 지난해 9월(5조6029억원) 이후 가장 크다. 지난해 9월은 스트레스 금리 2단계 적용 전 '막차 수요'가 몰렸던 때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동반 증가했다. 4월 주담대 잔액은 2조7073억원 늘면서 이미 3월 증가분(2조3198억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우려했던 것처럼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이후 일시적으로 늘어난 주택 수요들이 주담대 잔액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3월 서울 전체 주택 매매거래량은 1만2854건으로 전달(7320건) 대비 75.6% 증가했다.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주택 매매거래량이 3238건으로 전달(1680건) 대비 92.7% 늘었다. 지난해 3월(1188건)과 견주면 172.6% 급증했다.

여기에 신용대출 잔액이 1조1046억원이나 늘었다. 신용대출 잔액이 한 달간 1조원 넘게 증가한 건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잔액(실행액)이 8000억원 가량을 차지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부터 내리 감소하다가 5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셈이다.

신용대출 급증은 '빚투' 현상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여파와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과 대선 이슈들이 겹치면서 이달 국내외 증시는 모두 요동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매수를 통한 차액 실현 등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내수 경기의 악화로 신용대출을 통한 급전 확보 수요도 일부 작용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은행권은 갑작스런 가계대출 급증이 달갑지 않다. 은행권은 토허제 영향에 따른 주담대 증가는 예상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으나 신용대출 수요 예측은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다만 대부분 직장의 월급날인 25일 이후부터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흐름이 나타나 대출 증가폭이 조금씩 축소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은 더욱 깐깐해질 전망이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도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해서만 '핀셋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025년 2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 올 2분기 국내은행의 '가계 주택'에 대한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지난 1분기 14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수가 낮아지면 은행권이 대출 영업을 축소한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허제 관련 이슈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대출 수요 자체는 토허제와 상관 없이 계속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 스트레스 금리 3단계 시행 전 차주들의 주택 구매가 남아있는 변수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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