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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가 지난해 7월부터 전기차 10대를 빌려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아 제공 |
“관용차는 업무 시간이 끝난 저녁이나 주말에는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시민들과 관용차를 공유했더니, 쓰지 않는 시간까지 비용을 내고 주차 공간까지 차지하는 비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이주용 경기도 파주시청 차량지원팀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팀장은 “1대만 공유해도 길 위의 차량 17대를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 차량 수를 줄이면 교통 혼잡도 줄일 수 있고, 전기차라서 연간 22t의 탄소 저감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 공유 차량이 늘어 시민들의 이동 편의와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시민들도 관용차를 쓴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용차를 친환경 전기차로 바꾸면서 잇따라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는 지난해 7월부터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침 관용차 10대가 추가로 필요했는데, 내연 자동차를 사는 대신 전기차를 임차해 업무 시간에는 공무용으로 쓰고, 업무 시간 외에는 시민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파주시가 이 사업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장기 렌트나 리스에 견줘 60~70% 수준의 비용만 내면 관용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용하지 않는 시간만큼 시민 등과 비용을 나눠 낼 수 있는 구조 덕분이다. 지자체는 아침 8시40분부터 저녁 6시20분까지 공무용으로 차량을 이용하고, 야간 시간대나 주말·공휴일에는 시민 누구나 관용차를 렌터카처럼 이용할 수 있다.
파주시가 이런 식으로 6개월 동안 관용차를 시민과 공유했더니,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 748명이 이용하는 등 60% 수준의 가동률을 보였다. 특히 장기 렌트나 리스 대신 관용차 시민 공유를 선택한 덕분에 아낄 수 있었던 예산도 연간 4천만원(10대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시민 반응이 뜨겁다.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저녁 6시20분부터 다음날 아침 8시40분까지 14시간2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평일 야간권 1회 이용 요금이 1만2천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6시20분부터 다음주 월요일 아침 8시40분까지 3박4일 동안 주말에 사용할 수 있는 요금도 10만8천원 수준이다. 여기에 1㎞당 80원과 보험료(1일권 2400~4200원)만 공통으로 추가하면 된다. 한달 동안 평일 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은 16만4천원, 평일 야간과 주말을 한달 동안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요금도 31만2천원 수준으로 시중에 견줘 30~60% 정도 저렴하다.
관용차를 손쉽게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차량 공유 앱 ‘기아 비즈’(옛 위블 비즈)를 활용하게 되면서 관용차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도 올라갔다. 이전에는 관용차를 이용하려면 차량관리팀에 이용할 수 있는 차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고, 이용 전에 차량관리팀을 찾아가 자동차 열쇠를 받은 뒤 이용 후 열쇠를 돌려주기 위해 다시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실시한 뒤부터 실시간으로 대여할 수 있는 차를 확인해 예약하고, 차 문을 열고 잠그는 등 대면 방문 없이 차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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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는 2022년 5월부터 ‘나누카’라고 이름을 붙인 관용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아 제공 |
경남도 등 광역지자체까지 확산 예산
절감과 직원 호응, 시민 복지 증진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면서 상당수 지자체가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도입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2022년 4월부터 관용차 10대로 시민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인근 화성시도 2023년 3월부터 관용차 10대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관용차 5대를 임차한 안성시도 지난 3월부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초지자체뿐 아니라 광역지자체까지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경상남도는 2022년 5월부터 부족한 관용차 공급 확대를 위해 ‘나누카’라고 이름을 붙인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 시행 10개월 만에 연간 이용률이 90%에 이르고, 직원 만족도도 79%에 이르자 경상남도는 시민 공유 관용차 운행 대수를 10대에서 20대로 확대했다. 경남도는 나누카 운영 등의 공적을 인정받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2년 공공자원 개방 공유 서비스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곽기출 경남도청 재산관리과장은 “나누카 덕분에 직원 출장 편의뿐 아니라 도민이나 우리 도를 방문하는 누구나 손쉽고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앞으로도 나누카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남권에서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과 관용차를 공유하는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2018년부터 관용차 16대로 공유를 시작하자 2019년부터 광산구, 지난 1월부터 동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남구는 입법예고와 임시회 조례 심의 등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6월부터 관용차를 공유할 계획이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시의회에서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용대 원주시의원은 지난 1월 시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차량 공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예산 절감에 기여하며, 이를 시민 복지와 지역사회 발전에 재투자할 수 있다. 차량 소유가 어려운 시민에게 이동권을 보장하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에게는 중요한 이동 수단이 되는 등 시민 편의성도 향상될 것”이라며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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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이 4월부터 차량 5대를 임차해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 제공 |
농촌에선 관광 활성화 수단으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가 지역 관광 활성화와 새로운 이동 수단 구실까지 하고 있다. 2023년 3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강원도 홍천군은 4월부터 차량 5대를 임차해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구가 6만6천여명에 불과한 군 단위 지자체에서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홍천군이 처음이다.
홍천군이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방 중소도시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방 중소도시는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여건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렌터카 서비스도 부족하다. 이 탓에 수도권이나 경상도·전라도 등에서 홍천을 둘러보고 싶은 관광객은 차량을 끌고 몇 시간씩 운전을 해야 홍천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홍천까지 이동한 뒤 관용차로 지역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대부분 지방 중소도시 버스터미널 인근에 군청 등 관용차 시민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가까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채계명 홍천군청 정보화팀장은 “군부대가 많은 홍천은 주말이면 휴가나 외출을 나온 군 장병과 면회객이 많다. 저렴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과 홍천군의 관광 콘텐츠가 결합하면 군 장병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을 유인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웅 홍천군청 경제진흥국 주무관은 “지방 중소도시에 발령받은 초임 공무원은 이동을 걱정해 차를 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용차 공유가 활성화되면 엠제트(MZ) 공무원들의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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