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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겨우 도와줘" 유심 해킹 혼란 속 드러난 '디지털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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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유심보호서비스 잘 몰라…고령층 '진땀'
'악성코드 검사 및 치료' 능력 보유한 60대 이상 30.8%
디지털 격차 해소 위한 '디지털 포용법' 내년 1월 시행


SKT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전국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 실시 첫 날인 28일 서울 시내의 한 SKT 대리점에서 가입자들이 유심 교체를 하고 있다. SKT는 유심 무상 교체 실시 첫날 가입자 몰림 현상으로 인한 불편을 예상해 대기 시간 없이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예약 시스템(care.tworld.co.kr)을 운영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

SKT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전국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 실시 첫 날인 28일 서울 시내의 한 SKT 대리점에서 가입자들이 유심 교체를 하고 있다. SKT는 유심 무상 교체 실시 첫날 가입자 몰림 현상으로 인한 불편을 예상해 대기 시간 없이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예약 시스템(care.tworld.co.kr)을 운영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


#SK텔레콤 고객 60대 여성 김 씨는 자녀의 도움으로 겨우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휴대폰에 'T월드' 앱이 있는지도 몰랐던 김 씨는 서비스 가입을 위한 T월드 아이디와 비밀번호 역시 알지 못했다. 8년 전 대리점에서 직원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준 까닭이다. ID와 비밀번호를 찾으려 했지만 본인 인증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고, PASS 앱은 접속자가 폭주해 먹통이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 여파로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대 간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SKT가 제공하는 유심보호서비스,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PASS) 앱 등 이용자가 폭주했지만,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해 설치하는 능력이 부족한 디지털 취약 계층은 적극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심 무상교체가 시작된 28일 서울 구로구의 SKT 대리점을 아침 일찍부터 찾은 고객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상당수 고객은 유심보호서비스나 PASS앱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60대 남성 A 씨는 "딸이 유심보호서비스를 신청해줘서 가입했는데 딸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SKT 대리점에서는 고령층 고객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유심보호서비스를 받거나 유심 교체 예약을 하고 있었다. 직원 1~2명이 기다리는 고객을 응대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B 씨는 "어제 유심 교체를 문의하려고 SKT 매장에 들렀는데 너무 바빠보여 결국 매장을 나왔다"고 말했다. 결국 B씨는 딸의 도움을 받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3월 발표한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77.5%, 역량 65.6%이지만, 고령층의 역량 수준은 55.9%로 전체 취약계층 중 가장 낮다. 특히 '스팸 대처 등에 필요한 악성코드 검사 및 치료 능력'을 보유한 60대 이상 고령층은 30.8%, 필요한 앱 설치 및 이용 능력을 보유한 고령층도 46.1%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았지만 노인 세대는 AI 활용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AI 서비스 경험은 27.8%로 가장 낮았다. 고령층 중 "새로운 AI 앱이나 제품을 배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도 24.8%에 불과했다. "AI 기술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답한 고령층 비율은 33.4%에 불과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수용성이 상당히 약한 디지털 취약 계층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유심보호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포용법'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영상 SKT 대표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하고 초등 대처에 있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드려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로 저희가 전화를 해서 (안내를)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안유리 기자 (inglas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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