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사안마다 달랐던 ‘정치인 거짓말’ 대법원 판례… 이번 판결로 정리될 듯

서울구름많음 / 28.2 °
오늘 ‘이재명 선거법’ 대법 선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 전원 합의체(전합)가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한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그동안 모순과 충돌이 적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한 대표적인 대법원 판례는 4가지다. 2008년 무소속 이무영 전 의원과 2024년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죄를 선고받은 판례는 후보자의 발언과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반면,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이 후보와 2024년 이학수 정읍시장 사건에선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이무영·최강욱 판례, 李 항소심과 배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전체적인 취지, 사용한 어휘의 통상적 의미, 문구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였다. 2008년 이무영 전 의원은 총선 TV 토론회에서 “(상대인) 장영달 후보가 (6·25) 북침설을 주장하다가 7년간 징역살이를 했다”고 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그는 “착오로 ‘친북’을 ‘북침’으로 잘못 말했다” “‘북침설’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 사용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서술형으로 이어지는 발언으로, 상대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는 고의성이 짙다” “기회가 있었는데도 북침설 주장을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아들이 실제 (변호사 사무실) 인턴을 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작년 12월 유죄가 확정됐다. 최 전 의원 측은 당시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최 전 의원 발언은 조 전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씨 부탁을 받고 아들이 인턴을 하지 않았는데도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내줬다는 의미다.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두 판례는 이 후보 2심 판결과 배치된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2심 재판부는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씨를 몰랐고, 함께 골프도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하나씩 쪼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건 인식일 뿐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고,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명확한 발언도 없다”고 했다. 또 이 후보가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협박 행위의 주체는 국토부 공무원이지 선거법상 후보자(이 후보)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 이재명 사건, 정읍시장 사건은 李에 유리

이 후보에게 유리한 근거가 될 판례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 후보의 허위 사실 공표 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토론 중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게 아니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지난 2월 무죄가 확정된 이학수 정읍시장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때 라디오·TV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이 후보 판례를 인용하며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상대 후보는 반박·해명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이 후보의 2심 재판부도 정읍시장 판례를 6차례 언급했다.

◇법조계 “이번 기회에 명확한 기준 정립될 듯”

이런 판례 논란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의 상고심 선고가 서둘러 결정된 것은 대법원이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다.

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는 정치인의 거짓말을 두고 대법원이 종합적으로 새 기준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이번 이 후보 선고를 기회로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한 판례가 정립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유희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