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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하게 싸웠나”...전쟁 벌일 것처럼 싸우던 美·中, 한발씩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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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식 발표없이 면제 시행
충격 완화 위한 조치로 해석
유화조치 뒤엔 긴장감도 여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대통령 [AP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대통령 [AP =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관세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에 이어 에탄(에테인)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한 것으로 알려지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시사한 상황에서 중국이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서 양국의 대치구도가 변곡점에 왔다는 관측이다.

중국 당국이 미국산 에탄에 대한 125% 추가 관세를 최근 며칠새 면제했다고 로이터가 30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로이터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에탄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로 중국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이 수출하는 에탄의 절반가량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당국이 미국산 반도체와 일부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당시에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면세 조치는 통관 현장에서 관련 기업에 대한 통보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0을 기록해 경기 수축 국면에 들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제조업 PMI가 전월(50.5)보다 1.5포인트 하락한 49.0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49.8)를 하회한 것으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145% 관세 부과 전 중국의 공급업체들이 물량을 서둘러 내보낸 상황이 끝난 영향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이와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머콤카운티에서 개최한 취임 100일 기념 집회에서 중국에 대한 유화적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일자리를 많이 훔쳐갔다고 공격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과 잘 지내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 합의할 것이지만 공정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관세 충격 완화를 위해 합의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이 역시 관세의 충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타깃이 몇 주간 중단했던 중국산 상품에 대한 주문을 일부 재개했다. CNN은 유통업체들이 부분적으로라도 거래를 재개하려는 것은 관세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을 우려해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 상하이에 있는 신개발은행을 방문했다. 브릭스(BRICS)를 주축으로 설립된 신개발은행은 ‘브릭스판 세계은행’으로 불린다. 시 주석은 이날 “글로벌사우스 국가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이들 국가와 현대화의 길을 잘 걸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며 “중국은 신개발은행의 운영 발전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자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자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제15차 회의를 열고 민영경제촉진법을 표결해 통과시켰다. 해당 법은 다음달 20일부터 시행된다.

민영경제촉진법은 민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법안이다. 앞서 제시한 해당 법 초안에는 민영 기업에 근거 없는 벌금 부과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영 기업에 힘을 실어 전기차·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산업에서 기술 자립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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