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는 법률 검토 필요”…과방위, 최태원 증인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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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도, 저도 유심 교체 안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30일 자사 가입자 유심(USIM) 정보 등이 탈취된 데 대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SK텔레콤은 모든 가입자의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사 이동을 원하는 가입자들을 위한 ‘위약금 면제’ 요구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번 사건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19일 확인된 해킹 공격으로 내부 시스템이 뚫린 SK텔레콤은 사고 이후 가입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거센비판에 직면해 있다. 의원들은 “사고는 기업이 쳐놓고 고생은 시민들이 한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유 대표를 포함한 SK그룹 주요 임원이 사고 이후 유심을 교체했는지 물었다. SK텔레콤에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유심 교체에 버금가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데 대한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유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으며 유심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대표 자신도 “교체하지 않았다”며 “유심보호서비스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SK텔레콤 가입자들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매장 앞에선 유심 교체 ‘오픈런’이 계속되고 있다.
의원들은 통신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요구를 쏟아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해킹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이유는 SKT 대응이 미흡하고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며 “불안해하는 가입자들이 번호를 이동할 수 있게 위약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의 위약금 면제 요구에도 유 대표는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SKT 이용약관 제44조 내용 중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납부 의무 면제 사유로 적시돼 있다”며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직접 질의하겠다고 했다. 과방위는 이날 오후 최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부는 전날 민관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통해 가입자 유심 정보 중 일부는 유출되지 않아 불법 유심 복제와 같은 추가 피해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시행하고 있는 비정상 인증시도 차단(FDS)과 유심보호서비스를 통해 범죄행위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안 수준이 높은 통신사 내부망의 메인 서버가 공격당하면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유 대표는 전체 가입자(2500만명) 정보 유출 가능성을 묻는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은 “망 체계를 보면 홈가입자서버(HSS)에 들어가려면 내부 인트라망을 뚫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정환 SK텔레콤 부사장은 “폐쇄망이고 분리망임에도 해커가 침입을 해서 그 부분을 조사하고 문제점을 찾으려 한다”며 내부 협조자가 있었다는 의혹에는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청문회에선 SK텔레콤의 사고 초기 늦장 신고 의혹, 정보보호 투자 부족 등도 지적됐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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