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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재발화한 30일 오후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주불을 진화한지 하루 만에 다시 번졌다. 강풍을 타고 잔불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다시 발령했고, 인근 주민 약 3000명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됐다. ‘도심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불 다시 번져… 안전 문제로 수리온 야간 투입 안 해
지난달 28일 시작돼 23시간 만에 진화됐던 산불은 30일 오후 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확산했다. 숲에 쌓인 낙엽과 잔가지들 안에서 타고 있던 잔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29일) 오후 7시 반경 백련사 방면 7부 능선에서 가장 첫 재발화가 확인돼 산림당국이 이날 오전 진화를 거의 완료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10m의 바람이 불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불씨가 되살아났다. 화선(불길의 최전선)은 2.1km까지 확대됐고, 국가소방동원령이 다시 발령됐다. 국내 유일 야간 진화 헬기인 수리온은 앞서 28일 야간 산불 진화에 투입됐지만, 이날은 안전문제로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불길은 인접 민가 밀집 지역인 서변동 일대로 번졌고, 오후 5시 6분경 해당 지역 2164가구 3414명에게는 ‘주변 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산림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선 주민 대피를 결정했다”며 “장비와 인력으로 방화선을 설치했고 1일로 예보된 비가 진화 완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불다발지역 상위 5곳 모두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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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재발화한 30일 오후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
대구 산불을 계기로 도심도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다발지역지도’에 따르면 산불다발위험지역 상위 5곳은 인천 남동구, 인천 계양구, 부산 남구, 서울 노원구, 울산 동구로 모두 대도시였다. 산불이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하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도심산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담배꽁초로 산불이 나 인근 120가구 주민이 대피한 바 있다.
도심 산불은 자칫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산림과 비산림 간 거리가 촘촘하게 맞닿아 있어 화재 시 인명피해 위험이 높다”고 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의 ‘지역별 산불 최근린거리’(산불 발생지들 중 가장 가까운 두 지점 간 직선거리)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은 1224m였지만 서울은 306m, 부산 430m, 광주 486m 등 대부분의 도시에서 산불 발생지 간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산불이 발생한 장소들이 밀집해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심산 산불에 대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지역별 임도(숲길) 실적 및 밀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임도는 없었다. 임도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길로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달 8일 기자가 서울 북한산을 방문해 보니 백운대 정상 높이는 836.5m인데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340m 정도에 불과했다. 9년 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민병인 씨(56)는 “서울 등 도심에선 건물이나 차가 많아 산 초입까지 진입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며 “불이 나면 20kg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고 전했다.
●임도 내고 인근 건물 기준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도심 산에도 일정 수준의 임도를 개설하고, 산 인근 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는 “성북구처럼 산이 큰 곳에는 사람도 집도 밀집돼 있어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며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산불 취약 구역만큼은 임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해환경연구소장은 “최근 산불 원인 중 건축물 화재 비화(건축물에서 산으로 옮겨붙는 불)가 크게 늘고 있다”며 “산과 건물 사이에 방화대(불길 차단 공간)를 두고, 산불 고위험 지역 건물에 난연성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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