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지난 3월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제100차 위원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성수 | ‘함석헌 평전’ 저자
박선영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스스로를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자처한다. 그러나 그의 언행은 그 신앙 고백과 자주 충돌한다. 그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보다 가해자들, 약자들보다 강자들의 편에 서는 발언을 반복해 왔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진실 여부를 모른다”고 국회에서 발언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모독했다. 이에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은 “박선영은 진실화해위원장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없다”며 사죄와 사퇴를 요구했다.
종교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배울 수 있다. 그는 말했다. “교회는 병원이어야 한다. 부상당한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가장 먼저 돌보는 곳이어야 한다.” 박 위원장의 행보는 이와 얼마나 거리가 먼가.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대한민국을 세운 위대한 지도자”로 찬양했다. 특히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의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 없이, 오히려 이들을 “공산주의로부터 조국을 지킨 영웅”이라 치켜세웠다. 또한 진실화해위원장 임명 직후, 전 직원에게 자신이 쓴 박정희·전두환 찬양 서적을 돌리는 등 사조직화 논란도 일으켰다. 진실화해위라는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관을, 가해자 미화와 사상검증의 장으로 만들려 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진실화해위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폭력으로 고통받은 이들의 진실을 밝혀주고, 존엄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 체제의 진실화해위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오히려 가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진실화해보다 ‘왜곡’과 ‘가해자 미화’에 가깝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부서진 이들을 일으켜야 한다. 권력자들의 발치에 무릎 꿇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 흘리는 이들의 곁에 서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권력자들, 독재자들의 이름을 빛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진정한 신앙인이란, 권력자의 위대한 업적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이들의 신음을 자신의 심장에 새기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는가.
박 위원장의 ‘독실한 가톨릭 신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약자인 피해자들을 위한 신앙인가, 아니면 기득권자와 가해자들을 위한 신앙인가. 그에게 우리는 묻는다. 당신이 품은 ‘믿음’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왜 이토록 일관되게, 고통받은 자들의 편이 아니라 고통을 준 자들의 편에 서는가? 진실을 왜곡하고, 정의를 외면하는 자리에 서면서도 여전히 ‘독실한 신앙’을 내세우는 것은 신성 모독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권력에 기생하는 허위의 껍데기다. 진실화해위의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 위원장은 스스로 돌아보고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받은 이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종교가 가르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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