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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의 지시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 2022년 4월7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최측근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으로부터 받은 5천만원 짜리 수표. 공익제보자 강혜경씨 제공. |
명태균씨가 2022년 4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최측근 인사로부터 여론조사 대가로 5천만원짜리 수표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앞서 명씨는 이 5천만원을 두고 “나는 전혀 모르는 돈”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명씨가 2020년 9월부터 2년 동안 홍 전 시장 쪽으로부터 모두 1억6천만원을 받았고, 이 돈의 대부분을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영선 전 의원 선거에 쓴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한겨레21은 30일 명씨가 실질 운영한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 회계책임자인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와 변호인단을 통해 강씨와 명씨의 통화 녹음파일, 미래한국연구소와 김 전 의원의 선거 비용 지출 내역 등을 단독 입수했다. 앞서 한겨레21은 명씨가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홍 전 시장 최측근인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에게 모두 1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5천만원가량을 김 전 의원 선거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 이와 관련한 전체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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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구시장,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힌겨레 자료사진 |
명씨는 애초 홍 전 시장 쪽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명씨는 지난 22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4차 공판에서 “나는 홍준표 시장에게 돈 받은 것이 없다. 김태열씨(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가 수표 2장 1억원을 받았다”며 “1억원 가운데 5천만원은 김태열씨가 자기 개인 카드빚을 갚는 데 쓰고, 나머지 5천만원은 강혜경씨가 사비로 썼다. 나는 전혀 모르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자신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29일 강씨를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회계 처리, 명태균 받은 돈 분류한 장부에 기재하란 뜻
하지만 한겨레21이 입수한 2022년 4월7일 명씨와 강씨의 통화 녹음은 명씨나 김 전 의원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 통화 녹음파일에서 명씨는 강씨에게 “소장님(김태열)한테 5천만원 받았어요?”라고 먼저 물어본다. 강씨가 김태열 전 소장이 아직 사무실에 오지 않았다고 답하자 명씨는 “5천만원 딱 받아갖고 처리해서 회계 처리해야 돼요. 안 그러면 나중에 고발 들어와요. 차용증하고 이런 거 받고. 확인서 알아. 그리고 아까 김영선 그거 한 거 지금”이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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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025년 4월30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구 여권 정치인 다수가 연루된 공천 개입·여론조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은 명태균씨의 지시로 김태열 전 소장이 박재기 전 사장으로부터 5천만원짜리 수표를 받고 1억원 차용증을 써준 날이다. 이후 김 전 소장은 이 수표를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로 가져와 강씨에게 전달했다. 강씨가 한겨레21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명씨가 말한 “회계 처리”는 명씨가 받아온 돈을 강씨가 따로 분류해서 정리해두는 회계 장부에 기재하라는 뜻이다.
이에 강씨는 김 전 소장에게 받은 수표를 사진으로 찍어놓고, 남편 서아무개씨에게 이를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서씨는 2022년 4월12~14일에 걸쳐 6백만원 8번, 2백만원 1번씩 나눠서 강씨 계좌로 모두 5천만원 현금을 입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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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의 지시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 쪽으로부터 받은 5천만원 짜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강혜경씨 통장에 입금한 계좌이체 내역. 공익제보자 강혜경씨 제공. |
강씨는 30일 한겨레TV ‘뉴스 다이브’에 출연해 “(미래한국연구소 입출금 내역을 정리해보니) 명씨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30억원 정도를 수금해왔다”며 “명씨는 홍 전 시장 쪽으로부터 받은 돈을 제가 개인적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제가 (미래한국연구소에서) 혼자 일을 하다 보니까 남편과 제 통장으로 거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돈은 곧 김 전 의원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 2022년 4월2일~7월29일 강씨의 계좌에서 나간 김 전 의원의 선거 관련 지출이 모두 9748만492원인데, 여기엔 홍 전 시장 쪽 돈 5천만원이 섞여 있다. 지출 내역을 보면, 여론조사 비용, 명함 제작 비용, 기자회견 비용, 김 전 의원 선거사무소 임대료, 문자 발송 비용 등이다.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크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해진 방법이 아닌 자금은 선거 과정에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을 어기면 기부한 사람이나 기부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강씨의 변호인단이 강씨가 확보한 계좌 입출금 내역과 장부 등을 확인한 결과, 명씨가 홍 전 시장 최측근인 박 전 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1억6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한국연구소가 2020년 9월25일부터 2022년 6월16일까지 홍 전 시장이 출마했거나 출마를 고민했던 지역에 대해 25차례 여론조사를 해주고 박 전 사장과 또 다른 홍 전 시장의 최측근 최아무개씨로부터 현금 1억1천여만원을 받았고, 2022년 4월7일에는 박 전 사장으로부터 수표 5천만원을 받았다. 25차례 여론조사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3차례, 경남 양산에서 4차례, 대구 수성을에서 5차례, 대선 때 1차례, 대구시에서 10차례, 기타 2차례 등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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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 강혜경씨가 2025년 4월30일 한겨레TV ‘뉴스 다이브’에 출연해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
한편, 대구지방경찰청은 29일 오전 김태열 전 소장에게 오는 5월8일 청사로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홍 전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박 전 사장 등 최측근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홍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홍 전 시장은 29일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에서 탈락한 뒤 “더 이상 당에서 내 역할이 없고, 더 이상 정계에 머물 명분도 없어졌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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