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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겐 팔고, 딸은 증여...이명희 회장, 이마트·신세계 지분 모두 정리(종합)

머니투데이 유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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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총괄회장, (주)신세계 지분 10% 정유경 회장에게 증여
정용진 회장, 이마트 지분 10% 매수 결정 이후 3개월만
신세계 "각 부문 독립경영 및 책임경영 강화 차원", 계열분리 연계설은 선 긋기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 중이었던 이마트와 (주)신세계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지난 1월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10%를 매도한 지 3개월 만에 보유 중인 (주)신세계 지분 10%를 딸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30일 "이명희 총괄회장이 오는 5월 30일 신세계 지분 10.20%를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관련 주식 증여가 마무리되면 정유경 회장의 (주)신세계 지분율은 18.95%에서 29.16%로 높아진다. 신세계는 이번 지분 증여와 관련해 "각 부문(이마트와 신세계)의 독립경영 및 책임경영을 공고히 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신세계의 주가와 친족 간 할증 거래 등을 고려하면 정유경 회장이 이 총괄회장의 지분을 전량 매입할 경우 약 1500억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다만 증여 방식의 지분 인수는 앞서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 지분 취득을 위해 선택한 직접 매입 방식과 비교해선 자금 소요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행 세법상 주식 증여 시 과표 기준이 되는 주가는 증여일 이전 2개월간 평균 주가와 증여 이후 2개월간 평균 주가를 반영해서 결정한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증여세액은 오는 7월 말 확정될 전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2월 11일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278만7582주)를 시간외매매로 취득했다. 취득 단가는 이날 종가 기준보다 20% 할증된 8만760원으로, 총매수 금액은 약 2251억원이었다. 정 회장은 매수 금액 중 93억원은 개인 자산으로, 나머지는 이마트 주식 517만2911주를 담보로 2158억원을 대출받아 재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18.56%에서 28.56%로 높아졌다.


이로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마트 최대주주로,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사실상 이마트, (주)신세계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왔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최대주주로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식음료 △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 등에 주력했다.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면세점 △아울렛 △패션·뷰티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은 이마트가 43조100억원으로 (주)신세계(19조400억원)보다 2배 이상 크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주)신세계가 4770억원으로 471억원인 이마트를 크게 웃돈다.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해 10월 (주)신세계 총괄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마트와의 계열 분리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재계에선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이마트 10%, 신세계 10%) 정리 방향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약 6개월 만에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매수,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 지분 증여로 지분 정리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향후 신세계그룹의 '동일인(총수)' 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공시대상 기업 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희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명회 총괄회장이 보유 지분을 정리한 만큼 동일인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으로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가 가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1월 정용진 회장이 이명회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을 인수하면서 '총수 동일인 지분 10% 이하'라는 계열분리의 조건이 충족된 만큼 이번 결정이 계열분리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마트와 (주)신세계의 실질적인 계열 분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 분리 관련 작업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때도 1993년부터 1997년까지 4년여간 진행한 바 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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