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시저 / 사진=권광일 기자 |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이 시대에 필요한 '킬링 시저'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묵직하고 강렬한 메시지로 마음을 동요시킨다.
30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연극 '킬링 시저' 연습실 현장이 공개됐다. 자리에는 김 정 연출가, 오세혁 작가를 비롯해 김준원,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 등이 참석했다.
'킬링 시저'는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킨 아이러니를 연극 무대로 구현해 냈다. 시저 암살에 초첨을 맞춰 완벽한 현대극으로 재창작됐다.
오세혁 작가는 "예전부터 김 정 연출가와 줄리어스 시저를 재창작해 올리고 싶었다. 처음에 권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나아가서 권력을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올바른 권력을 만드려고 싸우는 자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원작을 읽으면서 비극이라 생각했다. 저마다 로마, 정의를 외치며 모두가 모여든다.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와 로마는 달랐던 것 같다. 저도 아직 세상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 행복, 자유를 외칠 때 정말 그 안에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 의도에서 시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각색과 재창작 중에 고민을 많이 했다는 오 작가다. 그는 "큰 작가의 희곡이니까 달려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저가 암살당하는 순간, 이후에 암살자들의 운명이 변화하는 순간이 가장 강렬하다 생각했다. 희곡을 파들어가고, 참고하다보니까 결과적으로 시저를 암살하기로 마음 먹은 해방자들의 명단이 있다. 로마의 자유를 걱정해서 참여한 사람들이 그렇게 다수는 아니었던 것이다"라며 "시저라는 씨앗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 좋겠다 싶어 재창작을 결정했다. 단, 원작가의 큰 힘을 가진 대사는 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정 연출가는 실제보다 생생함을 채울 것이라 각오했던 바다. 그는 "한 명의 목숨값으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예전 로마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한 인간의 힘이 도대체 어디까지 도달하고, 아래로 추락하면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가 지금의 이야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이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당하는 시저 역은 김준원과 손호준이 맡았다.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의 명분 속에 갈등하는 카시우스/안토니우스 역에는 양지원이,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딜레마 속에 갈등하는 이상주의자 브루터스 역에는 유승호가 연기했다.
김 정 연출가는 "유승호, 손호준 배우가 가진 대중적의 이미지를 역으로 깨면서 시작하고 싶었다. 두 분의 연극 무대를 보진 못했지만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굉장히 위험하지만 신중하게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 깨고 넘어가는 순간들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흥미롭게 가져가고자 했다. 조화로운 캐스팅이라 생각했다"고 캐스팅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얘기했다.
손호준은 "연극을 시작하기로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또다른 배움이다.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오는 배움이 크다고 생각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연극의 매력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유승호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할 때 좋은 이야기를 못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무대 공포증도 너무 심했고, 관객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어려운 것들 투성이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배우들과 연기를 했던 그 순간이 그립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지원은 "이 작품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노력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선과 악에서 악을 담당하는 존재일수도 있고,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시험해보고 싶은 존재라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 저를 카시우스라고 바라볼 때도 있고, 안토니우스라 바라볼 때도 있다. 불러주는 대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킬링 시저'는 다소 어둡고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띈다. 김 정 연출가는 "수준높은 연극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상징적인 단어가 많이 나와 낯설겠지만, 그런만큼 공을 들여 다른 부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작가도 "스스로도 작아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큰 가치를 말하는 연극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을 했다. 많이들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김 정 연출가는 "공교롭게도 대선이 있는데. '킬링 시저'는 내 이웃을 자유롭게해주고 싶어 모든 수많은 죽어가는 사람들 위로 살아오는 것 같다. 누구를 죽이는 행위임과 동시에 바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향으로 읽히게 하고 싶다. 묵직하게 걸어가는 작품으로 다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한편 '킬링 시저'는 5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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