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바까? 이 디자인 익숙한데” 캄보디아 TV 보다가 ‘깜짝’…설마했던 정체

헤럴드경제 최은지
원문보기
속보
국채 매각 부진 여파에 뉴욕증시 하락 마감…나스닥 1.41%↓
캄보디아에 방영된 박카스 TV광고. [위더스애드 유튜브 갈무리]

캄보디아에 방영된 박카스 TV광고. [위더스애드 유튜브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우리 국민음료인데, 캄보디아도?”

캄보디아 TV 광고에 등장하는 ‘바까’. 캔이지만 뭔가 익숙한 디자인이다. 바로 그 제품이 맞다.

국내 제약사 단일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쏘아 올린 대한민국 장수 브랜드인 ‘박카스’. 이제 ‘국민 음료’ 타이틀을 이 나라와 함께 공유하게 됐다. 바로 캄보디아다.

2009년 처음 캄보디아에 수출된 박카스는 ‘바까(박카스의 캄보디아 이름) 한류’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캄보디아 ‘국민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최초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부진했던 실적은 2011년 52억원을 달성하며 반전을 이뤘다. 시장 1위 제품인 ‘레드불’을 꺾고 에너지드링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172억원 매출을 올리며 100억원을 가뿐히 돌파, 매년 큰 폭으로 신장해 지난해에는 626억원을 기록했다.

캄보디아의 박카스 사랑 덕분에 올해에도 ‘캔박카스’는 동아ST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동아ST는 29일 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연결)은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16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외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2% 증가한 42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에서 캔박카스는 해외사업부문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2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4%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동아제약의 박카스 사업부문 1분기 매출액은 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억원이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국내 및 베트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1961년 알약 형태로 출시된 ‘박카스 정’. [동아제약 제공]

1961년 알약 형태로 출시된 ‘박카스 정’. [동아제약 제공]



베트남에서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의 활약에 힘입어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한 박카스의 매출도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다소 의외의 결과다. 한류스타 광고모델도 없이, 이름도 한국명인 ‘박카스’ 그대로 국민 음료로 자리매김한 박카스의 매출에는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캄보디아의 상황과 섬세한 마케팅 전략이 배경에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박카스를 병에 담긴 제품으로 인식하지만, 박카스가 세상에 태어난 모습은 ‘알약’ 형태였다. 1961년, 동아제약이 알약 형태의 ‘박카스 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지만, 정제 기술이 미숙해 알약이 녹아내리는 문제가 생겼다. 이듬해 작은 유리병 안에 내용물을 넣은 앰플 형태의 제품이 출시됐다. 하지만 이 역시 배송 과정에서 용기가 깨지는 문제가 생겼다.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현재의 병 음료 형태의 박카스는 1963년 출시됐다. 동아제약이 현재의 병 형태가 출시된 1963년 8월8일을 박카스 기념일로 지정할 정도로 중요한 변화였다.

1962년 출시된 앰플형 박카스. [동아제약 제공]

1962년 출시된 앰플형 박카스. [동아제약 제공]



동아쏘시오그룹의 해외수출을 담당하는 동아ST는 캄보디아에는 병 형태가 아닌 캔 형태를 선택했다. 선적 운반과 관리에 유리한 형태를 선택한 것이다. 용량도 250ml로, 100ml(박카스D)인 국내 병 박카스보다 2.5배 더 많다.


다만 캔 모양에 변화를 주어 차별화를 꾀했다. 캄보디아에서 팔리는 일반적인 캔 음료는 납작하고 뚱뚱한 모양인데, 캔 박카스는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슬림한’ 모양으로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선보였다.

캔 박카스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캄보디아에서 일반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교통수단은 ‘뚝뚝’이다. 오토바이를 자동차처럼 개조한 택시로, 이 교통수단을 사용하는 대중에게 타깃하기 위해 옥외광고를 선택했다. 에너지음료 최초의 옥외광고다. 광고물에는 특수 코팅 처리를 해 어두운 밤에도 잘 보이도록 했다. 에너지음료 최초 TV광고도 박카스였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프리미엄 한국’의 이미지도 동시에 가져갔다. 유명 한류스타 대신 ‘한글’로 마케팅을 선보였다. 제품 패키지에 캄보디아어가 아닌 한글명 ‘박카스’가 당당하게 자리했다. 한국 제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그대로 적중했다.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박카스가 진열돼 있다. [연합]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박카스가 진열돼 있다. [연합]



그렇게 ‘한국에서 온 바까’는 캄보디아에 뿌리내렸다. 70~80센트(700~800원)에 팔리는 캔 박카스는 캄보디아 길거리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다. 열대기후인 캄보디아에서는 음료 판매의 80~90%가 노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산업화 시기를 맞이한 캄보디아의 시대적 상황도 ‘에너지드링크’의 열풍 배경으로 빠질 수 없다. 캄보디아는 2010년대 연평균 7% 성장률을 기록하는 개발도상국가다. 공장 등 주요 산업이 위치한 지역에서 박카스 매출이 높다고 한다. 산업화 초기 국민의 피로회복 드링크로 자리매김하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국내 박카스 브랜드 이미지와 닮아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박카스는 동아에스티 수출 1등 공신 제품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수출 효자 제품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음료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중국 미국에 이어 캄보디아인데 이는 박카스 영향이 크다.

캄보디아에 출시 중인 박카스. [헤럴드DB]

캄보디아에 출시 중인 박카스. [헤럴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