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손호준… '킬링시저', 핏빛 앙상블의 절정 "누가 시저인가" [종합]

연극 '킬링시저'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가 원작
기존 이미지 탈피한 유승호의 새로운 옷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트에서는 연극 '킬링시저'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김정 연출과 오세혁 작가, 배우 김준원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토브씨어터컴퍼니 제공

'킬링시저' 유승호 손호준이 기존의 익숙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각자의 처절한 고뇌를 안은 채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트에서는 연극 '킬링시저' 연습실 공개 및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김정 연출과 오세혁 작가, 배우 김준원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시저 암살에 초점을 맞춰 재해석했다. 젊은 감각의 김정 연출, 오세혁 작가, 그리고 음악을 맡은 지미세르와 채석진 등 여러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연출진은 '공화정을 지키기 위한 시저 암살'이라는 명분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킨다는 아이러니를 무대 위에 그려낸다.

오 작가는 "시저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권력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로 생각했다. 그런데 원작을 읽으며 비극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마다 정의와 각자의 로마를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김 연출은 "한 인간의 힘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추락할 수 있는지 지금의 이야기 가능성을 바라보며 작업했다"라고 연출적 고민을 짚었다.

특히 김 연출은 "유승호와 손호준의 대중적 이미지를 제가 역으로 깨고 싶었다. 전작을 보진 않았지만 이 캐릭터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메인 배우로 캐스팅할 때 굉장히 신중하게 진행했다.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깨고 넘어가는 순간을 어떻게 만들까, 오히려 대중이 오랫동안 본 나를 깨면서 관객에게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고 싶었다"라면서 유승호와 손호준을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김준원 양지원 등 든든한 기둥 같은 배우들이 이들과 조화를 이루며 지금의 앙상블을 만들었다.

이어 김 연출은 "정말 진지하게 몸을 다 바치는 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정성을 다한다면 관객들이 와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적으로 난해해 관객들이 낯섦을 느끼겠지만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김준원과 손호준은 시저 역으로 분해 당당한 권력자를 표현한다. 시저는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이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당하는 인물이다. 양지원은 카시우스와 안토니우스로 1인 2역에 도전한다. 카시우스는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의 명분 속에 갈등하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뒤이어 유승호는 브루터스를 연기하며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딜레마 속에 갈등하는 이상주의자를 표현한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주요 장면 시연이 35분 가량 펼쳐졌다. 4명의 주연들과 7명의 코러스들은 시저가 암살 당하기 직전과 직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실제 공연 못지 않은 열연을 펼치며 현장 공기를 긴장감으로 채웠다.

유승호와 손호준은 지난해 대극장에서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관객을 만났다면 올해에는 비교적 작은 소극장인 '킬링시저'에 선다. 손호준은 "연극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또 다른 배우와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거기서 오는 배움이 크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킬링시저'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매력있게 다가와서 선택하게 됐다. 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정말 큰 공연장이었다.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기엔 저희('킬링시저')의 공연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 때 좋은 이야기를 못 들은 것은 사실이다. 부족한 것을 인정한다. 무대 공포증이 너무 심했다. 어려운 것들 투성이긴 했다. 지나고나서 보니 그 위에서 배우들과 연기를 했던 것들이 그립기 시작했다. 연극 배우들이 늘 말씀하는 것이 '넌 언젠가 다시 오고 싶을 거야'라고 했다. 제게도 그 순간이 오더라. 제가 많이 의지하는 손호준과 양지원과 함께 '킬링시저'를 하게 됐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제 안에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무대 오르기 전까지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엄청 큰 극장이어야 저희가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관객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면서 연기하면 우리의 마음이 더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규모의 극장이 좋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다소 무거운 주제이다. 왜 굳이 이 시기에 이 이야기를 하는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저 역시 궁금하다. 관객들에게 맡기고 싶다. 브루터스를 누구보다 처절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이번 작품 참여에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고백도 들을 수 있었다. 유승호는 "사실 이번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겁이 많이 났다. 제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형들이 있다. 내게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더 하고 싶다. 늘 하던대로 노력하고 있다. 이 경로가 안 맞으면 틀어보기도 한다. 코러스 배우들에게도 배운다. 마음가짐, 무대 기술 등 닥치는대로 몰라도 하려고 한다. 부디 '킬링시저' 무대 위에서 잘 발현되길 바란다"라고 진심 어린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연극 '킬링시저'는 오는 5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