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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윤석열 전 대통령, 보수를 우습게 보고 있다” [‘더’ 깊숙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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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정치 실종시킨 장본인”
“극우 유튜버와 결별해야 재신뢰 가능”
“혁신·쇄신 실종된 당, 수도권 승리 불가”
“보수정당, ‘이재’에만 밝은 장사꾼 정당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 ‘한덕수’ 출마 간 보고 있다”
“바른정당 실패, 안타깝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의 시간’ 한가운데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소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정치의 복잡성과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세계일보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층 더 깊은 온라인 인터뷰를 준비했다. <‘더’ 깊숙한 인터뷰>라는 코너로 정치인들의 신념과 태도, 그리고 정치철학을 내밀하게 파고들 계획이다. 질문과 재질문을 거듭하며 그들의 속내를 끌어내고, 이를 통해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려는 뜻에서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 최상수 기자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 최상수 기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이야기도 못하는 정당이 되버려 놓고 이 상태에서 ‘이재명’만 잡으면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민들이 다 지켜봤잖아요. 지금 국민들은 ‘6·3 조기대선’이 누구 때문에 치러지는 건지 다 알고 있잖아요.”

28일 서울 중구 손기정기념관에서 만난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뷰 도중 여러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노총에서 일하다 국회에 입성해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에서 원내대표도 역임했다. 21대, 22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뒤 현재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지내고 있다. 법조인과 관료, 기업가 출신이 많은 보수진영 정치인사 중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라는 ‘소수파’ 경력을 갖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민본21에 참여하는 등 개혁적·친서민적 정치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세계일보와 한 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보수’에 대한 애정과 함께 현 정국에 대해 가감없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친윤(친윤석열)계 일부 정치인들을 향해 “간신”이라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최근 3차례 있었던 총선 공천에서 당내 권력에 ‘줄서기’하는 이들에게만 기회를 준 것이 보수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탄핵 이후 “이기고 돌아왔다”는 발언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보수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영남’이 아닌 ‘수도권’을 중시하는 당내 체질변화가 있어야만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한 시간 가량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사전 질문 없이 진행됐으며 김 전 의원의 답과 질문자의 질문은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편집했다.

―다시 정치부로 와서 보수정당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보수정당은 과거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조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이렇게 가서는 불 보듯 뻔합니다. 당에 상당히 쓴소리도 했고, 후보들에게 변화와 쇄신, 혁신의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도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대한민국 보수 본산인 국민의힘이 이렇게 가면 대한민국 자체가 위태롭고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국민 중 30∼35%는 중도·무당층입니다. 대부분은 보수 우파 진영에서 이탈한 분들이에요. 보수가 깨어 있고 변화와 혁신을 꾸준히 하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되기까지 쌓아온 저력, 정책적 역량을 국민이 인정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당의 자정 능력이 사라졌습니다. 쉽게 말해, 혁신을 추동할 동력이 상실됐습니다. 그런 목소리 자체가 왜소해졌고,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당의 자정 노력, 성찰, 변화, 혁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날려버리면서, 상대적으로 진보 진영보다 뒤처지게 됐습니다. 이기긴 이겨야 하니 외부에서 ‘셀럽’을 데려오는 식이 됐고, 결국 ‘이재’에만 밝은 장사꾼 정당이 됐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모습입니다.”


―보수 진영이 이렇게 진보 진영에 비해서 이렇게 된 건 제가 보기에는 공천 문제가 좀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이제 연달아서 19대, 20대, 21대 또 이제 22대까지 공천이 이렇게 좀 안 좋게 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당내에서 경쟁력이나 정치적 역량, 민주적 소양과 같은 정치인의 근본 자질보다는 좋은 학벌, 경제적 뒷받침, 전문성등만을 따지다 보니 처절함이 없어졌어요. 정치의 영역에는 소홀했습니다. 그리고 당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유력자들이 ‘줄대기 정치’에 가깝게 행동했습니다. 특히 영남권 출신 정당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팔도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수도권 중심의 정당이어야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잘못된 요인 중에 하나가 영남권 정당이라는 겁니다. 특정 지역 기반에 토대한 정치는 보수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전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영남권 중심의 사람들이 모이고 수도권에는 상대적으로 기피했습니다. 수도권 유권자들을 위한 사회개혁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도 좀 가져야 했습니다. 그게 없어요. 수도권에선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정치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선택을 못 받아요. 당내애선 소장 개혁파적인 스탠스를 가져야 했는데 안됐습니다. 만약 이번에 대선에서 실패하면 완전히 영남권 정당이 될 겁니다.”



―과거에는 당내에서 민본21이나 수요모임 같은 분들이 당내 권력을 상대로 많이 싸웠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흐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좋은 대목을 지적했어요. 지금은 권력에 줄서는 정치만 남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빨대’를 당에 꽂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빨대 정치’에 능한 정당이 돼버린 거죠. 윤 전 대통령에게 국민의 쓴소리를 전달할 결기가 있었던 인사가 당에 단 한 명이라도 있었습니까? 그는 줄서는 사람들에 의해 옹립됐습니다. 정치를 실종시켰습니다. 대통령의 통치권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었죠. 그래서 ‘12·3 비상계엄’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헌재는 그런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각했어야 합니다. 왜 줄서기 정치가 이렇게 위험한 폐단을 낳는지를 말입니다.”

“대통령 비위를 맞춰 관저에서 ‘소맥’ 폭탄주 마신 게 무용담이었습니다. 당 대표를 두 번이나 끌어내리고, 원내대표도 날려버렸습니다. 당이 윤 전 대통령의 예속물처럼 돼버린 거죠. ‘수직적 정당’이 된 겁니다. 그 결과가 바로 12·3 비상계엄이에요. 국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며 석고대죄했어야 했습니다. 국민은 우리가 변화하고 혁신하고, 뼈를 발라내고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내할 때 진정성을 알아줍니다. 그제야 민주당의 과도한 입법 권력이 행정부를 무력화시키고 국가적 불행을 낳는다는 견제심리가 생겨나는 겁니다. 지금은 그런 변화도, 노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재명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는 것이죠.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암담합니다.”


―이런 주장을 하면 당원들의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는게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영국 보수당은 처음엔 귀족 정당으로 출발했어요. 그런 보수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위기가 오자, 오히려 노동당보다 더 먼저 사회개혁 정당으로 변모했습니다. 노예해방을 먼저 주장한 정당도 보수당이에요. 노동당이 아닙니다. 복지국가 노선을 수용했고, 청년보수운동도 했어요. 그야말로 뼈를 깎는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40대 총리를 내세우는 인적 쇄신도 했죠. ‘이게 노동당 정책 아니냐’는 당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선택한 것이 영국 보수당의 250년 역사입니다.


우리 보수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사정권이 5·16 쿠데타로 출범했지만 결국 국민을 쫓아가는 정치를 했어요. 2021년, 당원들이 먼저 전략적 판단을 하고 이준석 전 대표를 선택한 걸 보세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낸 겁니다. 이 전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잖아요. 정면돌파를 한 겁니다. 비록 윤 전 대통령을 데리고 와서 선거를 치렀지만,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년 만에 다시 보수에 표를 줬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그걸 3년 만에 다 망쳐버린 겁니다. 하늘이 준 기회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저버렸으면, 더 뼈저린 자성과 성찰이 있어야죠.”


―지금 보수진영 내부의 밑바닥에는 2017년 바른정당의 실패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보수정당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유승민 전 대표 처럼 개혁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야하고 이준석 전 대표처럼 청년보수로 당을 바꿀 사람도 있어야 하고 영남권의 전통적 정서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 다양성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되는데 5, 6년 전부터 그게 전부 상실됐습니다. 2008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당시 한나라당에는 민본21 같이 이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 내 사안에 손 떼라고 했고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전횡을 일삼는 부분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지금이면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 입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정두언 전 의원 등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당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변화하는 기폭제가 됐어요. 어느 날부터 그런 목소리가 없어졌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0.73%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더욱 국민과 소통하고 여야 간 협치로 정국 운영을 했으면 여소야대가 안됐을껍니다. (윤 전 대통령은) 안 그랬잖아요. (당은) 대통령의 통치권에 비위만 맞추면 되고 권력의 단물만 빨면 된다는 식의 오판을 했습니다. 그런 간신배들이 윤 전 대통령 내외 주변에 바글바글 하다보니 우리 당이 이렇게 된 겁니다. 윤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파면이 인용되면 그걸로 끝입니까? 지금 우리가 대선레이스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윤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모습 때문인 거에요. 정치적으로 대단히 양심불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패장이 되면 측근 장수들도 책임을 져야죠.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는 친박 핵심들이 ‘폐족’을 선언했어요. 박 전 대통령이 만약 윤 전 대통령처럼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억울한 희생자다’ 이랬으면 국민이 5년만에 우리에게 다시 표를 줬겠습니까? 박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에 비하면 정말 억울한 겁니다. 그 긴 옥고를 치르면서도 말 한 마디 안했어요. 저는 얼마전에 ‘윤석열 신당’ 시도 보도를 보고 아연실색을 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전부 다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집니다. 자세하게 수치를 보면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후보는 보수층이 지지를 하지 않고, 보수층에 소구력이 있는 후보는 중도층이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위기라는 겁니다. 당내에서 조기 대선이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프레임에 급급했어요. 소인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경선에서 흥행이 안 되는 건 하나는 ‘윤석열’, 하나는 ‘한덕수’ 때문 아닙니까? 지금 후보 승리를 위해 자기 목을 내놓고 뛰는 현역 의원이 몇 명이나 됩니까? 없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출마해서 우리 당이 선출한 후보를 이기고 나면 그때 가서 처신하려고 간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흥행이 안 됩니다. 지금 정도라면요 우리 당 후보 중에 어느 한 명이라도 이재명 후보 대비 따라붙기라도 하는 의미있는 여론조사가 나와야 합니다. 안 나오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보수진영이 예전에는 당내 다양한 의견도 좀 듣고 이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보수 진영 내 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는 자신감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꾸 그러니까 외부에서 사람을 데리려 하는게 있어보입니다.

“그 이유가 다른 거 없어요.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분명히 다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큰 실망과 좌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개선하려는 각자의 정치적인 노력이 없었어요. 전부다 나약해져 버렸어요. ‘윤 전 대통령이 저렇게 국정을 펼치면 안 되는데’, ‘도어 스테핑을 저렇게 차단하면 안 되는데’, ‘국회 개원 연설에도 불참하고 이러면 안 되는데’ 등등. 국민에게 뻔히 안 좋게 비춰지는 모습이라는 거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소신을 내서 국정에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어려워지는 걸 보면서 느낀 무기력감 이런 것들이 쌓여 있어서 위기를 극복하고 탈피하는 용기가 안 나는 겁니다. 지금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서 최소한 윤 전 대통령의 측근 중 몇 명이라도 국회의원직 사퇴하고 불출마 선언해야 합니다. ‘우리는 폐족입니다’라고 하는게 진짜 정치인의 용기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다음에 살아요. 정치적으로 죽지만 삽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 전 대통령은 극복의 대상이지 함께 갈 대상은 아닙니다. 왜 지금 우리 당이 고전을 하고 있습니까. 결론만 이야기하면 ‘윤석열 대 이재명’ 프레임이 살아있는 한 이번 대선은 보나마나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우리 보수 우파 진영을 우습게 보면 지금까지 진정어린 사과 한 번 안했어요. 지금 보수정당의 현역의원과 당 지도부를 우습게 보는 것까지야 모르지만, ‘보수’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됩니다. 저는 그거에 분노합니다. 윤 전 대통령이 보수를 위해서 뭘 한 게 있다고 지금 보수를 우습게 봅니까?


―말씀을 듣다보니 느끼는 건, 과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인터뷰에서 “극우 유투버들이 보수진영을 망쳤다”라고 말씀하신게 기억이 납니다. 이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유투버들하고 당이 손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민주당이 가장 국민에 외면받았을 때가 강성지지층이 당을 지배하려고 했을 때입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에요. 이 5~6년 사이에요. 우리 당이 극우 정당의 이미지화가 됐습니다. 여기에서 제일 큰 자성과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보수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치를 요구했고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거기에 비위를 맞추고 올라타려고 하다보니 이 판국이 난겁니다.”

―아까 질문의 연장선상이긴 합니다만 한국 보수가 이렇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른정당의 실패 아닐까요.

“저도 바른정당에 있었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그래도 정권만은 좌파 세력들에게 넘겨주지 말자는 일념이 있었죠. 그땐 국민적 여론이 높았던 반기문 전 UN 총장이라는 카드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손쉽게 그 여론을 받아먹으려고 그랬죠.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이 탄핵당한 새누리당 후보로 설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새 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바른정당이었죠. 막상 이분이 바른정당의 정치적 우산 속에서 도움을 받아서 대선 후보를 갔다면은 20여 일 만에 불출마하지는 않았을껍니다. 바른정당의 시도는 이런 겁니다. 한편으로는 개혁 보수를 주창하면서 정치적 지위를 넓혀 나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려면 반기문 총장 같은 사람이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좋은 결과를 냈다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속에서 박 전 대통령 측근의 호가호위 세력들을 단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반기문 카드가 실종됨으로써 바른정당의 의미는 뭐 할 수가 없었죠. 안타깝습니다. 개혁 보수로서 유승민 전 대표는 바른정당을 통해서 개혁보수의 정치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정신 무장이 확고하게 이루어져 있었죠. 그렇지만 날 포함해서 30여 명의 의원들은 우선 민주당에게 대적하기 급급했죠. 정권만 내줘서는 안 된다. 그때 내가 잘못된 판단을 뉘우치려는 측면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당선 후 드루킹 특검 성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댓글 조작 제보를 받고 10일간의 노숙 단식으로 내가 드루킹 특검을 이루어낸 겁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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