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에 공개한 영상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와 부인 사라 네타냐후가 전날 현충일 기념식 성화 봉송주자들을 격려하는 회의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 영상 갈무리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인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중 생존자가 정부가 공식 발표한 24명보다 더 적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에서 공개한 영상에 담겼다.
이스라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 기념식 성화 봉송 주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전날 회의에 총리 부부가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에 대한 언급 없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이란, 시리아 등을 상대로 거둔 이스라엘의 군사적 성과와 군인들의 영웅적 행동에 대해서만 길게 언급했다.
이에 옆자리에 배석한 미리 레게브 교통부 장관이 노트에 무엇인가를 적어 보여줬고, 이에 총리는 곧바로 “물론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인질들을 데려오는 것”이라며 생존 인질이 최대 24명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총리 부인인 사라 네타냐후는 남편의 말을 끊은 뒤 “그보다 적죠”라고 작게 말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당황한 듯 잠시 말을 고르다 “‘최대’ 24명이라는 것”이라며 “나머지는 불행히도 살아 있지 않고, 우린 그들을 데려올 것”이라고 수습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은 가자지구로 끌려간 가족의 생사를 걱정하며 “매일 고통스러운 불확실성에 살아가고 있는 인질 가족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생존자가) ‘더 적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우리는 모르는 뭔가를 총리 부인이 알고 있는가”라며 정부가 인질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총리 부인의 발언이 최근 내각 장관들에게 보고된 기밀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즉 생존자가 정부 공식 발표보다 더 적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 휴전이 종료된 후 가자지구에 59명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중 35명은 사망이 확인됐고 24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은 총 251명이며, 이 가운데 142명이 1·2차 휴전협상 등을 통해 석방됐다. 이스라엘군이 구출한 인질은 8명, 시신으로 송환된 인질은 40명이다. 시신으로 돌아온 40명 가운데 3명은 하마스에게서 탈출해 백기를 들고 이스라엘군에 접근했으나 이스라엘군이 적으로 오인해 사살한 이들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인질 및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현충일인 이날 전국 각지에서 사망한 인질과 테러 희생자,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에 있는 전사자 추모관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연설했으나 유족들의 항의와 야유를 받아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유족들은 “당신은 우리를 위로하러 온 것이 아니라 파괴하러 왔다”며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총리를 질타했다.
이날 이스라엘 중부의 한 개혁파 유대교 회당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합동 추모 의식이 열렸으나 극우 인사들이 난입해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치고 참석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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