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트럼프 전화에 ‘관세 표기 계획’ 철회한 아마존

속보
해군 "추락 P-3 초계기 탑승 인원은 4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시간주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와 있다. ‘위대한 100일’이라고 쓰인 전광판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적·정치적 혼란에 실망한 미국인들이 많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시간주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와 있다. ‘위대한 100일’이라고 쓰인 전광판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적·정치적 혼란에 실망한 미국인들이 많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사이트인 아마존이 저가 상품 코너에 관세 비용을 별도로 표기하려 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백기를 들었다.



아마존은 29일 성명을 내어 20달러 이하의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별도 플랫폼인 ‘아마존 홀(Amazon Haul)’이 관세 비용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은 있으나 “승인된 바 없으며 실행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방안은 아마존 본사 차원에서는 애초에 고려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관세 비용 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치전문매체인 ‘펀치볼 뉴스’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초 보도했다.



백악관은 해당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발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 탓에 민심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와중이기 때문이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침 베이조스에게 연락해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보도가 전달된 직후 대통령이 곧장 전화를 걸었다며 “대통령은 당연히 화가 났다. 수십억 달러를 버는 대기업이 왜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하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제프 베이조스는 매우 친절했고, 훌륭했다”며 “문제를 아주 빠르게 해결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 전화를 건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고 규정하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 40년 만의 최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땐 왜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느냐”고 규탄했다. 또 2021년 로이터 보도를 인용, 아마존이 중국 선전기관과 협력해 시진핑 중국 주석 저서에 대한 리뷰를 검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인이 국산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다. 핵심 공급망을 미국 내로 되돌리고 자국 제조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경제방송인 시엔비시(CNBC)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마치 관세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적대 행위”라며 “10% 관세는 대부분의 가격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가격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우리가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망고 같은 상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주가는 이날 0.17% 하락 마감했다.



아마존은 테무·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하자, 대응을 위해 지난해 11월 저가상품 플랫폼 아마존홀을 출범시켰다. 주로 중국에서 배송되는 의류, 생활용품 등을 10달러대 가격에 팔며 1달러대 제품도 있다. 아마존의 경쟁자인 테무는 최근 결제 시점에 별도로 수입 관련 세금 비용을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한 바 있다.



아마존은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트럼프 재집권 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1기 임기 때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베이조스는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해치는 언행을 한다면서 자신의 회사 ‘블루 오리진’ 로켓에 태워 우주에 보내겠다고 농담했다. 이후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조스가 소유한 아마존 그리고 언론사 워싱턴포스트를 여러번 비판했다. 2019년에는 아마존이 미 국방부를 상대로 100억달러 규모 클라우드 계약에서 탈락한 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