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현장에서] ‘윤석열 옹호한 인권위원’ 한석훈이 보안에 집착하는 이유

한겨레
원문보기

[현장에서] ‘윤석열 옹호한 인권위원’ 한석훈이 보안에 집착하는 이유

서울맑음 / -3.9 °
한석훈 인권위원이 지난해 4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4년 제8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한석훈 인권위원이 지난해 4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4년 제8차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보안, 비공개, 유출 방지.



요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가장 강조하는 열쇳말이다.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발생했거나 논의한 내용이 자꾸 바깥으로 새나가 언론에 보도되어 문제라는 것이다. 회의 때마다 이 문제를 자주 강조했던 안창호 위원장은 28일 열린 제9차 전원위원회 개회 직후 “비공개회의 자료 및 논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다짐안’(결의안)을 일방적으로 읽어내려가며 위원들에게 이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차별금지법 동영상 과목 폐기 등 인권위 설립취지와 거꾸로 가는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않고 내부 소식의 외부 유출만 탓하는 분위기다.



이날 전원위에서 안 위원장의 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이는 한석훈 위원(비상임, 국민의힘 추천)이었다. 한 위원은 안 위원장이 “(회의록에) 비공개라는 사실을 워터마크 음영 처리하여 보안이 강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한발 더 나아가 “워터마크에 위원 이름을 새겨 누가 유출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한 위원이 최근 부쩍 도드라져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회의 때마다 폭언과 막말을 쏟아내 논란을 빚었던 김용원 상임위원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어, 한 위원의 튀는 발언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그도 김 상임위원과 같은 검사 출신이다.



한 위원은 12·3 계엄 직후 인권위에서 가장 먼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비상계엄 엿새 뒤인 12월9일 열린 전원위에서 “계엄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이니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확립된 판례”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앞서 그는 공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자고 제안해 관철시켰고, 위원들과 직원들이 ‘보안서약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이른바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던 지난 2월10일 전원위 때 그는 더욱 노골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이를 지적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구속 재판 중인 대통령의 인권침해가 되어도 좋다는 거냐? 정쟁 속에서 대통령은 오히려 직위 때문에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며 “전원위 개최를 앞두고 비공개 회의 자료가 불법으로 유출돼 편향적 언론이나 정파가 계엄옹호니 내란 동조니 하며 왜곡보도를 하며 위원들을 겁박하고 명예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지난 14일 전원위 비공개 회의 때는 사실을 왜곡한 언론이 있다며 ‘출입 제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한 위원의 비상계엄 옹호 발언을 비롯해 각종 비공개회의 상황을 꾸준히 보도해온 한겨레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권위법 제14조는 “위원회의 의사는 공개한다. 다만, 위원회, 상임위원회 또는 소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개가 원칙인 회의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계엄이나 내란 옹호 등 부적절한 행위를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인의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위한 목적이라는 게 인권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위원은 회의록에 ‘워터마크’를 새겨 보안을 지키려 하지만, 회의 내용이 외부에 새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반인권 발언 때문이라는 것은 모르는 듯 하다.



한 위원은 지난해 9월 3년의 인권위원 임기를 마치고 국민의힘으로부터 재추천을 받았지만 당시 국회의 인권위원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찬성 119, 반대 173, 기권 6으로 그의 연임안이 부결된 것이다.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 상임·비상임 위원을 포함해 국회 추천 위원 중 국회 본회의에서 탈락한 첫 사례였다. 그럼에도 한 위원은 국민의힘이 아직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으면서 6개월째 인권위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당시 본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석훈 위원은 인권위를 초토화시킨 인물”이라는 내용의 연설로 부결을 이끌었던 서미화 의원은 29일 한겨레에 “모든 회의와 회의록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전제이자 국민들이 인권위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이다.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마치 자신들의 기구처럼 장악하려는 한석훈 위원의 전횡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