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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대하게? 위태하게?…트럼프 '두번째 100일', 뭐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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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트럼프 100일, 미국을 '위태'하게(下)

[편집자주] 준비를 많이 했다며 1기 때를 넘는 정책 추진 속도를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질주하던 관세 정책이 냉정한 시장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트럼프 정치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30일로 출범 100일을 넘기는 트럼프 2기의 현위치를 짚어본다.



"더 빨리, 더 세게, 더 많이"…별렀던 트럼프의 두 번째 100일


(워싱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가 모든 것에 옳았다'는 글귀가 인쇄된 모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02.25  /로이터=뉴스1

(워싱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가 모든 것에 옳았다'는 글귀가 인쇄된 모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02.25 /로이터=뉴스1


두 번째 대통령 임기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화했다. 그는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민자에 배타적이고,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연방정부를 뜯어고치는 '혁명'을 꿈꾼다. 하지만 1기 행정부는 실패했고 조 바이든에게 정권을 내줬다.

백악관을 재탈환한 트럼프 2기는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반복하되, 더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2025년 트럼프의 행보는 기시감과 낯섦이 동시에 포착된다. 1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조바심과 의지까지 더해졌다. 트럼프가 '비상사태 선언' 이라는 정치적 기교를 더해 의회를 통한 숙의 과정을 건너뛰려 하는 이유다.

◇변치않은 미국 우선주의…예고 방식→일방 선언

미국의 무역 적자 축소는 과거나 지금이나 트럼프의 최우선 경제 목표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 정책도 비슷한 흐름이다. 그래도 1기 행정부 때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이 있었다면, 지금의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전세계를 향한 관세 엄포로 '공포 정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100일 주요 관세일지/그래픽=김다나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100일 주요 관세일지/그래픽=김다나


2017년 트럼프는 불공정무역 실태조사를 명령하면서 기존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한다고 선언했다. 국가별 FTA( 자유무역협정)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항목을 기반으로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한다는 취지다. 최소한 기존의 협정을 존중하고, 협상과정에서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고 했다는 의미다. 다자간무역협정(TPP) 탈퇴도 추진했지만 결국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고, 트럼프는 이 또한 받아들였다. 당시 무역흑자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 인상 검토도 지시했지만 실제 지정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25년 트럼프는 임기 초부터 전례 없는 관세 부과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기존의 무역협정을 사실상 무시하는 일방 선포 방식이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맺은 상대국 대상으로 펜타닐(합성마약) 관련 관세 10~25%를 먼저 발표하고, 이후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자동차 관세 25%, 전세계 기본관세 10%와 국가별 추가관세가 더해진 상호관세까지 줄줄이 쏟아졌다. 일부는 발효됐고 일부는 유예됐으며 일부는 미정인 상태다. 8년 전에는 '밀고 당기기' 끝에 협상 테이블을 차렸던 중국이 이번엔 맞대응해 미국산에 대한 보복관세율을 125%까지 올리면서, 관세전쟁 향방은 미궁에 빠졌다.

◇트럼프는 미국의 '구세주'인가 '폭군'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5년 트럼프가 취임 100일간 서명한 행정명령은 137개다. 역대 최다다. 취임식 직후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26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은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137개는 본인이 1기 행정부 100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33건)에 비해서도 네 배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JD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 정부 효율부 수장과 워싱턴 백악관을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5.03.16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JD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 정부 효율부 수장과 워싱턴 백악관을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5.03.16 /AFPBBNews=뉴스1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100일 동안 행정명령에서 45번 이상 '비상사태'를 언급했다"며 "이는 관습적인 법절차를 무시할 수 있거나, 무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한행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발동했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도 선언했다. 남쪽 국경에 군대를 보내기 위한 국경의 국가비상사태도 선언하는가 하면 이민자 축출을 위해 전시용으로 고안된 외국인적대법도 발동했다.


이같은 권한 행사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헌법적 실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트럼프의 행정명령 관련 소송이 80건이 넘는다. 재판부를 무시한 행정처리로 트럼프는 법정모독 소송까지 직면했다.

정부효율성기구(DOGE)를 앞세운 연방정부 개혁도 마찬가지다. 200만명의 공무원을 이메일로 명예퇴직시키고, 국제개발처(USAID) 폐쇄를 손쉽게 결정했다. 행정명령에 거부하면 정부 계약과 보조금으로 압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백악관의 행정부 개혁은 선제적인 계획과 초당적 의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개혁이 아닌, 파괴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고립을 선택한 미국

트럼프는 영토를 빌미로 동맹국까지 적대적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다. 1기 행정부 때만 해도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정도의 발언만 했다.


이번엔 조금 더 노골적이고 집요해졌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넘겨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며 캐나다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회동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회동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스1


국가 이익과 안보를 이유로 유럽까지 배제하는 모습이다. 8년 전 트럼프는 후보시절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동맹"이라고 비난했지만, 취임 후 필요성을 인지하고 NATO 지지를 공언했다. 중동의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선 NATO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025년 트럼프는 이마저 무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단독 중재자로 나선 게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NATO를 중심으로 유럽과 연계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써왔는데,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NATO를 배제하고 러시아와 직접 대화하며 종전 협상을 추진해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제국주의적 트럼프의 모습"이라며 "그의 말 그대로 미국의 영토를 전세계로 넓히고 싶은 욕망을 보여준다.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전쟁 끝내겠다더니…말 많던 트럼프 주요 공약 이행률 "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석탄 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석탄 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나는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간단한 좌우명으로 통치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승리 연설에서 이같이 공언했다. 30일(현지시간) 취임 만 100일을 앞두고 그간 14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그가 지킨 약속도 있지만,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도 남아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 내건 주요 공약 31건 중 4건만 완료돼 공약 이행률은 13% 정도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공약 중에선 13건이 진행 중이며, 8건은 시작되지 않았고, 6건은 법적 분쟁 등에 휘말려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WP가 완료됐다고 분류한 공약은 취임 첫날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1·6 의사당 폭동범 사면 △법무부·연방수사국(FBI) 조사 등 정적 보복 △관세 부과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개의 전쟁 종식'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재집권 전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직 두 전쟁 모두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에 따라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후 러시아가 추가 조건을 내걸며 공격을 이어가 합의는 없던 일처럼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1단계 휴전에 합의했으나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교전을 재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기관 인력·지출 구조조정도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 DOGE가 퇴직시킨 인력은 10만명으로, 매년 은퇴하는 공무원 수에 비하면 적고 이 중 최소 4분의 1이 법원 결정에 따라 복직됐다. 지출 절감액도 1500억달러(약 215조원)로, 머스크가 약속했던 절감액 1조달러(약 1432조원)의 15%에 그쳤다. 또 해고·재고용 등 비용 1350억달러(약 186조원)에 최소 30건의 소송 비용까지 더하면 DOGE로 인한 지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구체적인 성과로 내세우는 공약은 이민·안보 정책이다.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정책으로 지금까지 약 13만9000명이 추방됐다. 미국·멕시코 국경 강화 정책 영향으로 불법 입국자 수도 6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투손=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투손의 린다 론스태드 뮤직홀에서 유세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초과근무 수당과 서비스 노동자들이 받는 팁, 노년에 받는 사회보장 연금에 과세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2024.09.13.

[투손=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투손의 린다 론스태드 뮤직홀에서 유세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초과근무 수당과 서비스 노동자들이 받는 팁, 노년에 받는 사회보장 연금에 과세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2024.09.13.


자칭 '친암호화폐 대통령'인 트럼프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공약을 이행했다. 지난 3월엔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고 '국가 전략 비트코인 비축기구'를 출범시켰다. 새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도 친암호화폐 인사인 폴 앳킨스를 임명하며 암호화폐 업계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전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를 직접 발행하고 홍보하며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 밖에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종식 △세금 삭감 △팁·초과근무수당 세금 폐지 △의료보험·사회보장제도 유지 △의료비·처방약 지출 절감 △체외수정 비용 지원 △무슬림 국가 출신자의 미국 여행금지 △멕시코 마약 카르텔 대응에 국방 예산 투입 등 8건의 공약은 아직 이행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중에는 행정명령이 이뤄졌지만, 아직 관련 조치가 진행되지 않은 사안도 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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