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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근린공원에서 대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뉴스1 |
13년 전인 2012년 4월 30일 오후 8시45분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근린공원에서, 산책하던 주민이 피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성을 목격했다.
놀란 주민은 곧바로 신고했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관계자가 도착했다. 구급대원이 급하게 남성 상태를 살폈으나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피해자 복부에는 수많은 자상이 남아있었고, 그 때문인지 내장 일부가 외부로 돌출돼 있었다.
경찰은 공원 진입로 CCTV 영상을 확인, 이날 오후 8시15분쯤 피해자가 공원 내부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런데 영상 속 피해자에게는 일행이 있었다. 피해자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뒤를 따라 공원으로 진입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함께 공원에 방문한 이들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에 남성 1명과 여성 1명을 찜질방에서 검거했고, 이틀째 되는 날에 나머지 남성 1명을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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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령카페' 활동 중 갈등…여자친구 문제도 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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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근린공원에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대학생을 살해하고자 유인하는 모습. 빨간 표시의 인물이 피해 대학생. /사진=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대학교에 갓 입학한 20세 남성 A씨였고, A씨를 살해한 범인은 그와 함께 공원에 들어간 일행 3명이 맞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무리는 16세 남성 이모군과 그의 15세 여자친구 홍모양, 18세 남성 윤모군 등으로 모두 청소년이었다. 두 남학생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마구 찔러 살해했고, 여학생은 근처에서 망을 보며 범행을 도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몸에는 무려 40여개의 자상이 남았다.
A씨와 피의자들은 온라인 사령카페에서 인연을 맺었다. 사령은 '죽은 자의 영혼'을 뜻하는 오컬트 용어다. 사령카페 회원들은 사령을 불러내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직접 시도한 체험담 등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교류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사령카페에 가입한 이유는 여자친구 B씨 때문이었다. A씨는 온라인에서도 여자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사령카페 활동에 나섰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B씨는 사령이란 오컬트 소재에 과몰입한 상태였다.
B씨가 스스로 "난 영적인 능력을 가진 마녀"라고 주장하는 상황까지 오자, A씨는 여자친구를 사령카페에서 탈퇴시키고자 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갈등을 빚었다. B씨는 이런 상황을 사령카페 회원들과 공유했고, 회원들은 대놓고 A씨를 무시하거나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16세 이모군과 심한 다툼을 벌였다. 이에 이모군은 A씨를 살해해야겠다는 동기를 가졌다. 경찰은 이런 내막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B씨도 살해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판단, 그녀를 살인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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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두 남학생에 법정최고형…징역 20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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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근린공원에서 대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뉴스1 |
수사기관은 피의자 무리와 피해자의 여자친구 B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윤모군에게 무기징역, 이모군과 홍모양에게는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살인방조 혐의를 받는 B씨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012년 10월 법원은 이모군과 윤모군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는 법정최고형에 해당한다. 이어 B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고, 사건 당시 15세였던 홍모양에게는 소년법을 적용해 단기 7년에 장기 12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장을 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2013년 1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양측이 상고 절차에 돌입하면서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게 됐다.
사건 발생 1년여 후인 2013년 5월이 돼서야 피고인들의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유지하며 "피고인들의 연령과 사건 내용,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했을 때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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