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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년 만에 다시 손잡은 신영철 감독과 전광인 "일 한번 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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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년 만에 다시 손잡은 신영철 감독과 전광인 "일 한번 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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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새 감독과 이적 선수로 재회
신 "잘하는 광인이 오니, 선수구성 고민 사라져
공수 좋고 승부근성 있어...우승DNA도 갖춰"
전 "현캐와 재계약 뒤 OK측서 먼저 연락 와
이적 생각 못했지만 감독님 재회 하늘 뜻인 듯"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신영철(왼쪽) 감독과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전광인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전력 시절부터 사제지간으로 8년 만에 재회했다. 홍인기 기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신영철(왼쪽) 감독과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전광인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전력 시절부터 사제지간으로 8년 만에 재회했다. 홍인기 기자


"좋아요. 너무 좋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로운 사령탑 신영철(61) 감독 얼굴에 연신 미소가 드리웠다. 최근 현대캐피탈을 떠나 새롭게 둥지를 튼 베테랑 전광인(34)과 8년 만에 다시 만나서다. 지난 28일 경기 용인에 마련된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마주했다.

이날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첫 상견례를 가졌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사의를 표한 뒤 선임된 신 감독은 물론이고, 22일 신호진과 맞트레이드된 전광인도 선수단과 첫인사를 갖는 자리였다. OK저축은행의 새로운 식구로 재회한 둘은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신 감독은 "(전)광인이를 처음 봤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루 만에 광인이가 오는 게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잘됐다 싶었다. 뛰어난 선수가 오니까 걱정할 게 하나도 없고, 선수 구성 등 고민했던 게 싹 사라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감독과 전광인은 2013~14시즌 한국전력에서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났다. 한국전력은 당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성균관대 출신 전광인을 지명했고, 전광인은 그곳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전력 사령탑이었던 신 감독은 전광인 영입과 함께 최하위였던 팀을 정규리그 3위까지 끌어올렸다. 전광인은 그해 신인상까지 받으며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신 감독이 2017년 팀을 먼저 떠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전광인은 2018년 현대캐피탈로 적을 옮겼다. 그렇게 8년의 세월이 흘렀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신영철(왼쪽) 감독과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전광인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신영철(왼쪽) 감독과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전광인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신영철(왼쪽) 감독과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전광인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새 사령탑 신영철(왼쪽) 감독과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전광인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제 프로 13년 차가 된 전광인도 신 감독과의 재회가 반갑기만 하다. "감독님은 제가 한국전력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할 때도 먼저 연락주시며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제가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연락해라'며 항상 먼저 말씀해주셨는데, 이렇게 같은 팀에서 다시 배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런 일을 생각만 했지 실현되기 어렵겠다고 여겼는데, 하늘의 뜻인 거 같아요."


신 감독은 다음 시즌 전광인 활용법을 벌써부터 내보였다. 그는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은 방어적인 배구로 결과(최하위)가 좋지 않았다"며 "이제 왼쪽 공격수로 광인이가 왔으니, 내달 오른쪽 공격을 책임질 외국인 선수만 잘 영입하면 된다. 아시아쿼터로 208cm 장신의 미들블로커 매히 젤베 가지아니(이란)를 선택해 중앙 공격도 강해질 것"이라고 '공격 배구'를 강조했다. 이어 "수비도 걱정이 없다. 광인이가 디그(수비 기술)는 웬만한 리베로들만큼 잘한다"고 덧붙였다.

전광인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트레블(컵대회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 달성에 기여하며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현대캐피탈과 잔류 계약한 그는 며칠 뒤 OK저축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팀을 옮긴다는 생각을 아예 안 했는데 '아, 이렇게 가게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대캐피탈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선수가 나이 들었다고 해서 기량이 떨어지고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맞지 않다. 감독님 밑에서 더 배워서 실력을 늘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오랜만에 모든 걸 쏟아부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시즌을 시작하며 이런 마음을 먹은 적이 있나 싶은데, 그걸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이 28일 경기 용인의 구단 전용체육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광인은 12년 전 신 감독이 지도했던 서브 기술을 아직도 써먹고 있다. 한국전력 시절 서브가 좋지 않았던 그는 신 감독으로부터 "위에서 쳐라"는 조언을 들었다. 어깨를 내리지 말고 팔을 뻗어 공을 쳐 서브하라는 것. 찰떡같이 알아들은 전광인은 한 경기당 서브 범실만 무려 10개씩 하던 실책을 점차 줄여나갔다. 지금까지 서브할 때는 신 감독이 가르쳐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광인은 "감독님은 여러 방식으로 제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며 "한국전력이나 대표팀에서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면, 한번씩 눌러주셔서 자각할 수 있도록 하셨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예전 전광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코트에서 승부근성이 뛰어났고, 코트 밖에선 매너가 좋은 선수"라며 "신인시절 리시브나 토스 연습 시키면 그걸 늦게까지 연습한 뒤 경기에서 좋은 결과로 보여줬다. 우승 DNA도 갖고 있으니 OK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광인이가 프로 선수로서 처음과 마지막을 나와 함께했으면 한다. 향후 이곳에서 지도자로 가는 길도 닦아주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제 두 사람의 목표는 같아졌다. 다음 시즌 봄배구부터 진출한 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향해 달리는 거다. 신 감독은 이날 선수들과 상견례에서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며 "열정과 신뢰, 책임감 그리고 역지사지 마음이면 팀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전달했다. 그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대한항공, 한국전력, 우리카드 등 맡은 팀들을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저력이 있다. 신 감독은 "하위 팀에 있는 선수들은 상호 간에 신뢰가 상당히 무너져 있다. 패배주의에 빠져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