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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 고수한 대법원…대선 전 결판 확고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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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재명 선거법 상고심

조희대 대법원장 ‘원칙’ 반영
일각 “빠르든 느리든 정치적”

이, 결론 무관 대선 완주 가능
파기환송 땐 위험 부담 여전

대법원이 29일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선고일을 오는 5월1일로 지정한 것은 6·3 대선에 앞서 이 후보 사건을 정리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사건 접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두 차례 심리, 선고일 지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5월10~11일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사건을 털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속도를 높였기에 가능했다.

대법원이 이날 이 후보 사건 상고심 선고일을 지정하자 법조계 안팎에선 ‘예상을 뛰어넘은 결정’이란 평이 나왔다. 통상적인 사건 처리 과정에 비해 너무도 빨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 후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당일 곧바로 심리했다. 이틀 뒤인 24일에도 두 번째 심리를 열었다. 보통 전합 심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린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의 선고일 지정은 전합 회부 이후 일주일 만에 나왔다.

이로써 대법원은 외형상 조 대법원장이 평소 선거법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강조하며 내세운 ‘6·3·3 규정’을 지키게 됐다. 이 규정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전심 후 3개월 내 선고’라는 공직선거법상 규정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간 정치권 일정에 따라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적이 많았다. 이 후보 사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고를 서둘렀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23년 기준 형사합의부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돼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평균 3개월이 걸렸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든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이 후보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법원이 내놓을 판결은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해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하는 경우’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거나 ‘대법원이 직접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 등 세 가지로 예상된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이 후보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것 등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다. 앞서 1심과 2심에서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만큼 대법원은 이 쟁점을 살펴보고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무죄를 확정하면 이 후보는 가장 큰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대선에 나설 수 있다.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 대선 출마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헌법 84조’(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권한)를 놓고 논쟁이 불가피하다. 대법원이 스스로 양형까지 정하는 ‘파기자판’을 할 가능성은 전례가 드물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덜려다 스스로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갔다”는 우려와 “결론이 났는데도 선고를 지연하는 게 더 정치적”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검사 출신 A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의 전례 없는 전합 회부는 그 자체로 재판배당 행위로 볼 수 있어 부적절하다”며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사법의 정치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B판사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리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정치적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맞다”면서도 “의견이 갈려 심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결론이 빠르게 나올 수 있는데도 선고하지 않으면 그것도 정치적인 판단 아니겠나”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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