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강수진 알린 ‘카멜리아 레이디’
내달 7일부터 亞 최초 국립발레단 전막 공연
내달 7일부터 亞 최초 국립발레단 전막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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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과 존 노이마이어 안무가가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제204회 정기공연 ‘카멜리아 레이디’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발레는 살아 숨 쉬는 예술이어야 해요. 약 50년 전에 만든 이 작품을 단순히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는 박물관에 불과해요. 매 순간 새로운 진실과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고 있어요.” (존 노이마이어)
‘발레계의 전설’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만들고, 발레리나 강수진에게 동양인 최초의 ‘브누아 드 라당스’ 상을 안긴 ‘카멜리아 레이디‘(5월 7~11일까지, 예술의전당)가 한국 무대에 오른다. 강수진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을 통해서다. 50년이 지나서도 동시대와 조우하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다시 살아 숨 쉬게 될 시간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간이 가진 사랑과 희생, 내면의 깊은 감정을 발레라는 언어로 풀어낸 ‘카멜리아 레이디’는 내겐 매우 특별한 작품”이라며 “진심으로 이 작품을 사랑했고, 예술감독으로서 무대에 올리기까지 깊은 애정을 쏟고있다. 후배 단원에게 (내가) 사랑한 작품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한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카멜리아 레이디’는 1978년 세계 초연했다.
한국을 찾은 존 노이마이어는 “이 작품은 애초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위해 처음 만들었다. 19세기 발레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전막 발레를 찾고 있던 때였다”며 “현실과 이상, 캐릭터의 시간이 겹치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굉장히 영화적인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누는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여성) 마르그리트와 ‘젊은 귀족’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마르그리트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섬세한 내면을 표현하는 생생한 연기가 핵심. 이 작품이 ‘드라마 발레’의 정수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강 단장은 현역 시절 음악과 테크닉, 연기력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완벽한 마르그리트로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강 단장은 “‘카멜리아 레이디’는 단지 드라마 발레가 아닌 그것을 뛰어넘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 작품이 아시아 발레단에서 전막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단장은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 무대를 올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며 “최근 한국 발레계는 놀랍도록 발전하고 있다. 이 작품을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한국 발레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했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를 통해 무용수들의 특징과 장점을 파악했고, 개개인이 가진 기술과 감정 표현을 지도(코칭)했다”며 “그때의 경험이 ‘카멜리아 레이디’와 같은 드라마틱하고 연극적인 발레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카멜리아 레이디’가 국립발레단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데엔 강수진 단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노이마이어는 오랜 시간 서로를 지켜봐왔고 자신의 안무를 가장 빛냈던 발레리나 강수진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만족스럽게 개막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누구보다 ‘카멜리아 레이디’를 잘 알고 있는 강 단장은 그의 오랜 파트너였던 ‘영원한 아르망’ 마레인 라데마커와 연습 때마다 직접 시범을 보이며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노이마이어는 “발레단 단장은 단원들에게 비전과 방향성을 확실하게 만들어주고, 그 비전을 성취로 만들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하다”며 “강 단장은 모든 무용수에게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가장 최상의 컨디션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 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두 남녀가 선보이는 세 번의 파드되(2인무)가 유명하다. 발레리나의 드레스 색깔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퍼플 파드되’,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화이트 파드되’, 이별 후 재회의 감정을 풀어낸 ‘블랙 파드되’를 볼 수 있다.
노이마이어는 “여러 파드되가 있지만, 발레는 두 주인공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10명의 캐릭터가 모두 균형을 잡고 기술적, 감정적으로 같은 선상에 서야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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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국립발레단 제공] |
인물들의 드라마를 써 내려갈 때 단단한 중심축을 잡아주는 것은 쇼팽의 음악이다. 작품에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비롯해 녹턴 c단조, 발라드 1번, ‘영웅’ 등 다양한 음악이 곳곳에 배치됐다. 그는 “원래는 베르디의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려 했으나 결국 ‘가사 없는 오페라’처럼 느껴져 한동안 고심했다”며 “파리 사교계 생활과 오랜 투명으로 인한 욕망과 슬픔이 대립하는 삶을 살았던 쇼팽의 음악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같은 원작의 작품이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도 존재한다.
특히 그는 “쇼팽의 모든 곡을 들은 뒤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곡을 의식적으로 선정, 배치했다”며 “ 2막에서 파리를 떠나 행복한 삶을 사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선 솔로 피아노곡을 선정한 것이 그 예”라고 했다.
50년 전 작품이나 노이마이어는 ‘카멜리아 레이디’를 “움직이는 박물관에 박제된 작품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작품으로 가져오기 위해 오늘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며 “이 작품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에 대한 공감, 현대성에 대한 공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국립발레단 무대에선 국립발레단과 만나 새롭게 수정된 장면도 있다. 과거에 갇히지 않고 시대와 호흡하는 여든의 안무가의 예술적 방향성이다.
“전 매 순간 살아 숨 쉬고 있어요. 무용수들과 함께 보내는 매 순간 매시간 (작품에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춤은 감정의 살아 숨 쉬는 형태라는 점이에요. 제가 아주 젊었을 때 만든 이 작품에 대한 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얻은 경험들이 녹아들고 새로운 무용수들과 교감하며 (작품 안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어요. 그러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매일같이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존 노이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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