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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앨릭스 웡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국가안보실 제공 |
12·3 내란을 일으켜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미 ‘올인 외교’를 주도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핵심 당국자와 회담했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불과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극히 ‘미묘한 시점’에 실패한 정부의 파탄 난 외교 정책을 추진하던 이가 갑자기 ‘외교 무대’의 전면에 재등장했다는 사실에 깊은 당혹감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향후 추진해 나갈 중국 견제에 한-미 동맹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됐다면,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이뤄졌던 ‘사드 알박기’보다 더 파렴치한 폭거다. 김 차장은 차기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히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남은 기간 동안 안정적인 업무 인계를 위한 실무 준비에 치중하기 비란다.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자료를 내어, 김 차장이 이날 백악관에서 앨릭스 웡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만나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미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을 넘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역량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모색”해 가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이 내용만으로 속단하긴 어려우나, 발표문으로 보건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려는 ‘중국 견제’ 움직임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동참하는 방식으로 한-미 동맹을 본격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9일 미 국방부의 잠정 ‘국가방위전략’(NDS) 지침을 인용해 미군이 향후 자신들이 추구하는 우선 목표를 ‘중국의 대만 점령 억지’와 ‘미 본토 방어’로 한정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우리가 이 전략에 적극 호응하면 지난 70여년 동안 우리 안보의 ‘기축’ 역할을 해온 한-미 동맹(주한미군)의 역할이 ‘한국 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바뀌게 된다. 이는 김 차장 ‘개인’이 아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차기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 가며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우리는 8년 전 박근혜 정부 잔당들이 시도한 ‘사드 알박기’로 큰 외교적 비용을 치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몰고 온 광풍이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는 지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김 차장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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