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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시민사회, 일본 조세이탄광 유골 찾기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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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시민사회, 일본 조세이탄광 유골 찾기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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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탄광 3차 발굴 조사 당시 모습.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지난 1~3일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탄광 3차 발굴 조사 당시 모습.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일본 시민사회가 진정성 있게 유골을 찾아 나서는 것을 보며 우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생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에서 먼저 시작했죠.”



지난 24일 대구시 수성구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장생(조세이)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추진단)의 심상균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일 시민사회가 80여년 만에 일본 해저탄광인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골 발굴 조사를 시작해 눈길을 끈다.



1942년 2월3일 오전 9시30분께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에 물이 새어 들어오며 갱도가 무너져 노동자 183명이 수몰돼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희생자 136명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였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3명은 대구·경북 출신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탄광을 운영하던 업체가 수몰 현장을 흙으로 묻으면서, 사고 소식도 역사 저편에 묻혔다.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의 물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새기는 모임)이 희생자 명단을 입수해 공개한 1991년부터다. 30여년 동안 진상규명 작업을 해오던 새기는 모임은 지난해 10월 시민 모금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갱도 입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탄광이 무너진 지 82년 만이었다.



지난 1~3일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탄광 3차 발굴 조사에 앞서 희생자 위령비에서 묵념하는 모습.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지난 1~3일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탄광 3차 발굴 조사에 앞서 희생자 위령비에서 묵념하는 모습.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갱도 입구를 확인하자 민간 잠수사를 투입한 유해 발굴 조사도 시작됐다. 심 단장은 “지난 1월 세번째로 사고 현장을 방문해 발굴 조사를 지켜보면서 한국에서도 실질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우리도 전국에 지부를 둔 비영리단체를 꾸리고, 펀딩 등을 통해 발굴 조사에 함께하기로 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새기는 모임의 세번째 발굴 조사 당시 한국 잠수부가 처음으로 투입됐다. 이때 한국 잠수부가 새로운 갱도 입구를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 조사에서 전선 고정용 부품이 일부 발견됐지만, 아쉽게도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해 발굴 조사가 가시화되자 한·일 정부도 반응을 보인다.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18일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유족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계획을 알렸다. 유골이 발견될 경우 유족의 유전자와 대조해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난 1~3일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탄광 3차 발굴 조사 당시 현지 탐사에 나선 장생(조세이)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지난 1~3일 일본 야마구치현 조세이탄광 3차 발굴 조사 당시 현지 탐사에 나선 장생(조세이)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 제공


대구 ·경북 출신 희생자가 많은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 조세이탄광은 일본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조선인이 많아 ‘조선인 탄광’으로도 알려졌다고 한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를 거쳐 조세이탄광으로 갔다. 1942년 기준 모두 1 258명의 조선인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 약 66%에 해당하는 831명이 대구·경북 출신이었다. 심 단장은 “지리적으로 부산항과는 경남이 더 가까운데 동원된 노동자들은 경북 출신이 더 많았다.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조세이탄광 노동자 수급 담당자들이 경북 출신이 많지 않았겠냐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



추진단과 새기는 모임은 오는 6월18~19일 4차 발굴 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정부는 물론 희생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방정부도 유해 발굴 조사를 포함한 진상 조사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단장은 “조기 대선 뒤 들어설 정부는 전쟁 피해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고, 한-일 협정 체결 60주년이다. 1945년 이후 한·미·일 군사동맹만 강화됐다. 올해는 동북아를 평화와 공존 체제로 전환하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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