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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한국은 외국 같지 않아… ‘폭싹’ 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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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한국은 외국 같지 않아… ‘폭싹’ 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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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내한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맞아 13편 상영 특별전
“극장 관람 불편하지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서울의 봄'과 '파묘'처럼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도 신진 감독은 등장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티캐스트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서울의 봄'과 '파묘'처럼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도 신진 감독은 등장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티캐스트 제공


“(너무 자주 와) 방한 횟수를 세보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말고 가장 많이 찾는 곳이 한국”이고 “한국은 외국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 카페에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그는 일본 영화계 대표적인 지한파이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으로 꼽힌다. 그는 ‘어느 가족’(2018)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신문로 예술영화전용관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씨네큐브는 개관 기념으로 지난 23일 시작한 고레에다 감독 특별전을 다음 달 6일까지 연다.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한 영화 13편이 상영되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 영화를 많이 소개해준 극장인 데다 촬영을 잠시 쉬고 있어 기쁜 마음으로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 영화 13편 상영은 일본에서도 없던 일”이라며 의미를 뒀다.

고레에다 감독은 최근 영화보다 드라마 연출에 더 치우쳐 있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마이코의 행복한 밥상’(2023)과 ‘아수라처럼’(2025)을 잇달아 선보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드라마를 원래 좋아해서 영상 쪽 일을 시작했다”며 “기회가 되면 OTT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5년은 영화만 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만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다. 고레에다 감독은 “OTT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성가신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고,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 가기도 하는, 그런 불편함이 인간에게 상당히 중요한 거 아닌가 요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과 강한 인연을 맺게 된 매개체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꼽았다. 그는 “제가 영화를 만들 때마다 부산영화제가 초청을 해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한국 영화계에 친구가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잦은 방한의 이유로 꼽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늘 호텔에 짐을 풀기도 전 간장게장집을 갔다”며 “(영화 ‘브로커’) 촬영으로 8개월간 한국에 머물 때도 먹는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교류를 하며 알게 된 한국 영화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는 시련을 맞았다. 극장 관객은 크게 줄었고, 해외 유명 영화제의 한국 영화 초청이 급감하기도 했다. 다음 달 열리는 제78회 칸영화제 공식부문에 초청된 한국 장편영화는 1편도 없다.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일본 영화는 올해 6편이 초청장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 차세대 감독이 나오고 있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며 “고무적인 일이라 응원하고 싶고 저도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의 최근 부진에 대해선 “변화가 느린 일본과 달리 한국은 OTT로 휩쓸려 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며 “극장 관객이 줄어드니 창작자들도 (영화계를) 떠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서 만든 ‘브로커’(2022)로 배우 송강호에게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는 ‘브로커’에 출연했던 아이유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촬영으로 바빠 이제 막 1회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 촬영감독이 아이유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봤는데, 그 촬영감독이 ‘폭싹’을 또 강력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과 중국, 일본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구상 중”이라며 “한국 촬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