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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권력 가진 정당 필요 없다" 외친 中 청년, 열흘째 행방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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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건 인물은 1998년생 메이스린"
15일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정치 체제 개혁을 비판하는 현수막 세 종류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엑스 캡처

15일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정치 체제 개혁을 비판하는 현수막 세 종류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엑스 캡처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며 정치 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고가도로에 설치한 20대 중국 남성이 10일째 행방이 묘연하다고 2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중국 중남부 쓰촨성 청두의 고가도로에 세 개의 긴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정치 제도 개혁 없이는 국가의 위대한 부흥이 없다" "인민은 무제한 권력을 가진 정당이 필요 없다" "중국은 방향을 제시할 사람이 필요 없다. 민주주의가 방향이다"라고 적혔다. 현수막을 건 남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의해 구금 조치가 취해져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수막을 건 인물이 1998년생 메이스린이라고 보도했다. 해외에 체류하는 반체제 인사 두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사건 당일 메이가 13초 분량의 짧은 영상과 사진, 신분증을 보내오며 '1년 동안 준비해온 슬로건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전까지 청두의 한 기술 회사에서 근무했던 그는 노동쟁의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한 일이 있다고 RFA는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메이가 해외의 세력과 공모해 일을 벌였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소식통은 RFA에 "외국과 연계되어 있다면 국가안전부로 인계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 말했다. 다만 법률 분야 시사평론가 루천위안은 "검찰은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국가권력 전복 선동 등 큰 혐의보다는 '소란 유발'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2022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펑리파 사건과 유사하다며 '쓰촨의 펑리파'라 부르기도 한다. 펑은 당시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며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는 등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사안을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RFA에 "중국 사회의 고압적인 통제로 인해 젊은 세대에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감정 표출은 최근 몇 년 동안 실제로 꽤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