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네타냐후와 갈등’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수장, 6월 사퇴 발표

한겨레
원문보기

‘네타냐후와 갈등’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수장, 6월 사퇴 발표

속보
경찰, '불법 쪼개기 후원' 한학자 前비서실장 등 검찰 송치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지난해 5월13일 예루살렘 국립묘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지난해 5월13일 예루살렘 국립묘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등을 빚어 온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29일(현지시각) 결국 오는 6월15일자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파에 둘러싸인 네타냐후 내각이 반대파들을 쳐내면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더욱 거침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르 국장은 이날 예루살렘에서 열린 순직자 추모 행사에서 “수년간 여러 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해왔지만, 10월7일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베트는 하마스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었고 전날 밤과 당일 아침까지도 대응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진실은 반드시 국가조사위원회에서 규명되어야 한다”며 국가조사위원회 설립에 반대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에둘러 겨눴다.



지난달 20일 내각회의에서 해임된 바르 국장은 다음 날 야당이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고등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수장직을 유지해 왔다. 그가 네타냐후 내각과 갈등을 빚은 데는 ‘이스라엘 정부도 하마스의 2023년 10월7일 기습에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는 신베트 보고서가 크게 작용했다. 그는 또 가자 전쟁 발발 뒤 극우파 각료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있다고도 비판해왔다.



바르는 이날 “국가 안보를 평생 사명으로 삼은 공직자들 모두 그날 보호막을 제공하는 데 실패한 만큼, 희생자들과 유가족 앞에 겸허히 머리를 숙이고 행동해야 한다”,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리더십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또 신베트 조직의 독립성을 지켜 달라고도 당부했다. “앞으로 신베트의 수장이 정부 정책을 따르면서도, 공공 이익을 위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르 국장 해임 이유로 하마스 기습 대응 실패를 둘러싼 신뢰 부족을 들었지만, 이스라엘 언론과 정치권은 신베트가 네타냐후 총리 측근이 연루된 ‘카타르 게이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참모 2명은 카타르로부터 6500만달러(약 95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바르는 앞서 해임 절차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신베트를 사법부보다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최근 그는 자신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조직에 부담을 준다고 우려하며 사퇴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실질적인 문제인 (바르 국장의) 남은 임기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법원이 (해임 절차가 정당했는지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며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야당은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날 차례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제1야당 애쉬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로넨 바르는 책임을 지는 타당한 결단을 내렸다. 이제 단 한 명만이 역사상 참담한 실패의 책임을 질 차례다. 사람들은 선거를 치를 준비가 됐다”며 네타냐후도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네타냐후가 소속된 여당 리쿠드당의 아리엘 칼네르는 “문명 국가였으면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반기를 든 로넨 바르는 진작 수갑을 차야 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