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동시에 소환했다. 명씨가 서울에서 조사받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두 사람을 같은 날 소환한 만큼 수사팀은 이들에 대한 대질 조사를 시도할 전망이다.
29일 서울고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영선 전 의원. 연합뉴스 |
━
명태균 “오세훈 잡으러 왔다…尹은 안타까워”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불렀다. 이날 오전 9시52분쯤 서울고검에 출석한 명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제 여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오세훈을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고 말했다.
명씨는 ‘오 시장과의 만남 횟수가 정확히 몇 번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확하게 증인과 증거가 있는 것은 7번, 그 이상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 수사 관련한 꼭지가 20개다. 그분이 지금 기소될 사항이 20개라는 뜻이다”고 주장했다. 알려지지 않은 오 시장 관련 의혹이 쌓여있다는 취지다. 다만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공표 여론조사를 시행한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과 언론사를 연결해준 고리로 지목된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국회에 기분 나쁘면 헬기 띄우면 되겠나”
명씨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공천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 추천했고, 그게 이뤄졌으면 공천개입이고 안 이뤄졌으면 아닌 것이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많이 했고 참고인도 많이 불렀기 때문에 그 부분은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저한테 온 분들은 다 제 고객이었다. 어떤 문제점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마다 제가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며 “국회에다 기분 나쁘면 헬기를 띄우면 되겠느냐. 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조사의 상당 부분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규명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9일 명씨가 보석으로 석방된 후 10~11일 이틀간 창원에서 명씨를 조사할 당시에도 오 시장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조사에서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대상으로 오 시장 의혹에 대해 캐물었다고 한다. 명씨는 오전 조사를 마치고 나와 “오 시장이 (제 의혹 제기에) 반박이 되면 대선에 불출마를 했겠느냐”며 “황금폰은 검찰이 갖고 있으니 내용을 확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을 대상으로 한 오전 조사에서도 오 시장과 처음 만나게 된 경위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 여사 공천개입 관련 질의나 대질 조사 언급은 오전에는 없었다는 게 김 전 의원 측 설명이다.
검찰은 최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명씨와 오 시장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각종 민원을 주고받은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날 조사를 오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의 막바지 단계로 설정하고, 명씨와 김 전 의원 사이 주장들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두 사람의 대질 조사도 시도할 예정이다. 이날 조사가 끝나면 사실상 오 시장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게 된다. 다만 수사팀은 아직 오 시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소환 조사 일정을 통보하지는 않았다.
━
尹 부부 공천개입 의혹 관련자들 줄소환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도 수사의 또 다른 축이다. 수사팀은 최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며 수사를 횡으로 확대했다. 김 여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이 있던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하려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김상민 전 부장검사,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각각 국민의힘 평택시장·포항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공재광 전 평택시장·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등을 최근 조사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선거 관련자다.
수사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공천개입 의혹 관련자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김 여사가 아직 ‘묵묵부답’인데다 수사팀이 소환 조사 날짜를 정해 통보한 것이 아니어서 대선 전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날 함께 소환된 김 전 의원은 검찰에 출석하며 오 시장과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날 본인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횡령‧사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강씨가 2022년 보궐선거 당시 선거자금 6500만원, 정치자금 6000만원을 가져갔고, 선거보전비용 9700만원 등을 횡령했다는 취지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