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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
오늘(4.29) 아침신문 1면에는 △한덕수 출마 임박(3곳) △이재명 집권시 기획재정부 나눈다(3곳) △트럼프 100일 전세계 혼란(2곳) △북한, 우크라 파병 공식 인정(2곳) △1인당 GDP, 내년 대만에 추월당할 듯(2곳) △SKT 유심 대란 해결, 몇달 걸릴 듯(2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한덕수 출마 초읽기
② Now and Then : 동백 아가씨(이미자, 1964)
① 차이의 발견
# 한덕수 출마 초읽기
-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어제(28일) 오전 사직했습니다. 손 실장은 원래 관료가 아닌 정치권 출신으로, 정무직으로 국민의힘에서 총리실에 온 사람입니다. 2022년 대통령직 인수위를 거쳐 2022년 한 총리의 인사청문회부터 한 총리를 보좌하며 지금까지 줄곧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서울 양천을에 출마했던 경험도 있는 손 실장은 조직관리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기자 출신인 김수혜 공보실장과 국민의힘 보좌관 등을 지낸 박경은 정무실장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사퇴하면 함께 물러나 ‘대선 캠프’로 같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한덕수 출마 임박
1) 한덕수 출마선언 일정
- 손 실장의 사퇴는 ‘한덕수 출마’에 앞서 다만 몇 일이라도 미리 준비를 하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손 실장은 지난 대선 때 원희룡 캠프에서 유튜브 영상물 ‘대장동 1타 강사’를 기획했던 인물로, 여러번의 선거 실무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 손 전 실장과 함께 한 대행의 연설문을 작성해 왔던 김철휘 소통메시지 비서관도 이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한 총리의 출마선언 시점으로 애초 국민의힘 양자 후보가 결정된 직후인 4월30일이 유력했으나, 국정 일정 등으로 인해 5월1일 사의, 2일 출마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 한 대행은 오늘(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 자리에서 국회를 통과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입니다. 거부권 행사 당일 사퇴하면, 국무회의 의결이 무효가 될 수 있어 오늘은 사퇴를 못 합니다.
- 내일(30일)은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과 접견할 계획입니다.
- 애초 4월30일 사퇴설이 떠오른 이유는, 두 명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후보를 놓고 벌이는 당원 투표 + 여론조사가 5월1~2일 실시돼 여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기에 그 직전인 4월30일에는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사실상 ‘출마’를 말만 안 했을 뿐이지,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굳이 4월30일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출마선언 전에 출마명분과 선언문도 다듬는 등 준비작업에 더 치중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2) 출마 이후 계획
- 대개 무소속 후보와 정당 후보 간의 단일화는 거의 투표지 인쇄 직전에야 성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판까지 힘겨루기가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한 대행은 이 단일화를 ‘1주일 안’에 끝낸다는 계획인 듯합니다.
- 국민의힘 후보는 오늘(29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2명이 결정돼 또 한 번의 토론회(30일)를 벌이고, 이어 5월3일(토) 최종 결정됩니다.
- 한 대행 쪽은 이후 곧바로 단일화 절차에 들어가 대선 후보 등록 마감(5월11일 밤 12시) 전에 단일화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 대개 정당 소속 후보와 바깥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씨름을 할 경우, 정당 소속 후보가 시간을 끕니다. 무소속 후보는 자금 압박을 받기에 하루하루 지날수록 피가 마르고, 시간을 끌수록 정당 소속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당의 조직력이 가동됩니다. 과거 여야를 막론하고 단일화 협상에서 무소속 후보가 이긴 경우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거의 유일합니다.
- 그런데 지금 한덕수 대행의 경우는 이전 단일화와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당이 자기 소속 후보가 아니라, 바깥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따라서 단일화 협상을 당이 나서서 무소속 한덕수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려 할 것이고, 그래서 이런 ‘1주일 내 단일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후보 등록을 ‘무소속’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로 한다는 것이 한 대행 쪽의 목표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 만일 5월11일 후보 등록을 무소속으로 하게 되면, 대선 때까지 이를 변경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기호도 뒷번호가 되고(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이기는 게 어렵다고 본다면, 기호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무엇보다 당이 무소속 후보를 지원을 못합니다. 그러면 한 후보는 15% 이상을 얻어야 선거비 보전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전받는 돈 외에도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한 후보는 여기에 돈을 쓸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1주일내 단일화가 안 되면 한 후보는 접을 것입니다.
2. 한덕수 출마의 문제점
- 이를 굳이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1) 파면당한 대통령의 총리
- 스스로 물러난 것도 아니고, 탄핵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의 행정부 3년간 처음부터 끝까지 총리로 함께 했습니다.
- 비상계엄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하고,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도 “당시 국무회의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그렇다고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습니다. 앞으로 내란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 최소한 증인으로라도 수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 그리고 비상계엄 이외에도 윤석열 정권 3년의 실정에 대한 공동책임자입니다. ‘그동안은 2인자여서 제대로 못했지만,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 있다’는 게 일반국민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의문입니다. 그보다는 ‘윤석열 정권은 실패하지 않았다. 잘한 게 많다. 내가 거기에 많이 기여했다’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는 차라리 나을텐데, 선거전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표가 뚝뚝 떨어질 것이기에 그렇게는 못할 것입니다. 그냥 ‘윤석열 없는 한덕수’만을 내세울 것입니다. 이는 국민의힘 후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2)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 대통령 궐위시의 권한대행은 안정적이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사에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대행을 맡은 3명의 총리가 있었습니다. 고건-황교안-한덕수입니다.
- 2004년 고건 권한대행 때 국무조정실장이 한덕수였습니다. 고 대행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63일간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는데,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둬 인사권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정상 외교에 나서지 않았으며, 별도의 현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 대행은 안정적 국정관리로 그해 3월 말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고 대행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79.4%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당시 한덕수 실장이 고건 대행에게 “대통령 탄핵으로 결정나면, 권한대행을 하는 현직 총리가, 대선에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때 고 대행은 “절대 안 될 일이다. 내가 권한대행으로, 국가를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는데, 누구한테 맡기고 입후보 하느냐”고 잘랐습니다.
- 황교안 총리는 이와 달리 꽤 적극적이었습니다. 기간도 2016년 12월9일부터 2017년 5월10일까지 5개월 가량으로 거의 반년 가까이 지속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했던 점도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황 대행은 1월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설맞이 대규모 가석방 단행, 그리고 전통시장과 쪽방촌 등 현장 방문도 30여차례나 진행합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대선 여론조사에서 한때 20%에 육박하며 문재인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등 새누리당 후보들보다 큰 폭으로 앞서는 등 당시 보수 지지층에서 꽤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황 대행은 대선을 54일 남겨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국정 안정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권한대행의 출마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기도 했지만, 당시 출마해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한 총리는 지지율로만 보면, 고건 총리는 물론 황교안 총리에게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지난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22~24일 조사. 신뢰수준 ±3.1%포인트에 표본오차 95%. 무선 전화면접)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8%를 기록한 가운데, 한 대행은 6%로, 한동훈(8%), 홍준표(7%), 김문수(6%), 안철수(2%) 등 국민의힘 경선에 나선 후보들과 고만고만한 수준입니다. 국민의힘 후보를 다 합쳐도 29%입니다. 황교안이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에도 일찌감치 대선 출마는 고려하지 않은 것과 달리 한 자릿수 지지율로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 대행의 행동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매우 비합리적인 모습입니다.
- 또 한 대행이 출마 여부는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국정을 수행하는 탓에 모든 게 다 엉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중인 한-미 관세협상의 최종 결정권자인데, 대선용으로 활용하려는 건 아닌지 온국민이 불안해 합니다. 조선 협력,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 여부 등도 모두 의구심이 일게 됩니다.
- 또 한 대행은 출마설이 본격화되면서, 영호남 산업현장, 시민 접촉, 군, 종교시설 방문, 그리고 잇따른 외신 인터뷰 등 사실상 대선 행보를 벌여왔는데, 이는 사실상의 ‘관권 선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나랏돈을 자기 선거운동 비용으로 쓰는 셈이 됩니다. 이는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곧바로 공격 소재가 됩니다.
- 한 대행은 4월14~16일 3일간 이어진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불참하고, 4월15~16일 기아와 현대중공업 등 영호남 대표 기업체를 방문했습니다.
3) 국민의힘 경선을 지역예선 만드는 단일화
- 국민의힘 경선에는 모두 11명이 참가했고, 이어 8명-4명-2명으로 좁혀집니다. 경선 후보들은 한번씩 결선으로 올라갈 때마다 1억원씩의 기탁금을 냅니다. 따라서 최종 2인 후보에 속하면, 모두 3억원을 내는 셈이 됩니다.
- 한덕수 대행은 부전승으로 올라가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 최종전을 치르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경선에 참가하지 않음으로 인해 3억원을 아꼈습니다. 경선 참가 후보 입장에서는 너무 `불공정'하지 않은가요. '지지율이 깡패'여서, 만일 지지율이 30~40%를 웃도는 경우라면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경선 후보들과 별반 차이도 나지 않습니다.
- 그런데 이런 상황을 당 지도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후보와 한 대행의 단일화를) 도와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이 어제(28일) 알려졌습니다. 한동훈 후보가 “적절치 않다. 패배주의”라고 말하자, 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야권 원로 정치인에게 반명 단일화나 소위 빅텐트 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달라는 게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모르겠다”고 맞받았습니다. 당 지도부가 한동훈 후보를 원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홍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 “이렇게까지 판을 만들고 (한 대행과 단일화를) 안 하면 더 이상해진다”면서도 “탄핵 당한 정권의 총리(한덕수), 장관(김문수)이 대선에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지적했습니다.
3.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나?
-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추정이 섞여 있습니다.
1) 친윤계 지도부는 왜 이러나?
- 이미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국민의힘은 현재 ‘생존’이 목표입니다. 이때 ‘생존’은 정권유지나 정당 지탱이 아니라, 당권 유지입니다.
- 어차피 이번 대선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의힘도 잘 압니다.
- 그런데 현재 4명의 경선 후보 가운데, 김문수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당은 급속도로 후보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해당 후보가 그 관성으로 당권을 움켜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하면, 뒷전으로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만, 2012년 이후 문재인-홍준표-이재명 등 대선에서 패한 후보들이 이후 당권을 장악해 왔고, 이번에도 그대로 두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런데 ‘반탄-친탄’ 상관없이 홍준표-한동훈이 후보가 되면, 대선 이후 당을 장악해 당 혁신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당 체질을 바꾼다고 할 것이고, 현 친윤계는 다음 총선에서 거의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 총선이 아니라, 대선 이후부터 친윤계는 사실상 정치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자신들이 옹립하고 떠받들었던 대통령이 위헌·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을 당했으면, 같이 옷을 벗지는 못하더라도, 책임을 지고 정치를 마무리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버티려기에 이런 온갖 무리수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 친윤계도 한 대행이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대통령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친윤계 입장에서는 한 대행이 국민의힘 단일후보가 되는 것으로, 이번 대선은 ‘승리’로 마무리 되는 것입니다. 설령 한 대행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한 대행이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고, 대통령이 안 되면 대선전이 진행되는 동안 당은 다시 친윤계 위주로 재편돼 대선 이후를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한덕수 대행은 왜 이러나?
- 친윤계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덕수 대행은 왜 이렇게 덩달아 춤을 출까요.
- 관료란 원래, 돌다리가 깨질 때까지 두드려보고 안 건너는 사람입니다. 지금 한 총리가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단일화 과정에서도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1주일 만에 후다닥 해치우려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 한 대행은 말도 조용조용하게 하며 흥분하는 법이 잘 없고, 허튼 소리도 잘 않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출마설 얘기가 처음 나올 때, ‘국민의힘으로부터 협박받는 건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 아마도 ‘내란 수사’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내란 특검법’이 통과될 것이고,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한 총리도 사법처리 대상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대선 후보가 된다면 이에 대한 어느 정도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을 지 모릅니다. 또 앞으로도 수사 과정 등에서 국민의힘의 협조와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을 터인데, 국민의힘의 요구를 내치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홍준표-한동훈 등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오히려 큰 패착이 됩니다. 지금 한 대행은 인생 막판에 최대의 도박을 하는 셈입니다.
- 그런데 문제는 한 대행은 자신은 조금도 희생이나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을 듯해,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단일화에서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치는 권력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 권력의지란, 내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사생결단을 벌이는 결기입니다. 그러나 한 대행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고, 그런 자질도 없습니다. 당장 이제 사무실을 내면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이며, 플래카드 설치, 광고비 등은 어떻게 할 건지. 아마도 한 대행은 자기돈은 한 푼도 쓰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어차피 타의에 의해 떠밀려 왔기에, 나더러 나오라고 한 사람들이 책임지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 말은 믿을 게 못 됩니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알력과 갈등이 생길 것입니다. 고건 총리가 그만둔 결정적 이유도 ‘돈’ 때문입니다. 하루에 뭉텅이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게 감당이 안 됐던 것입니다. 그래서 '1주일 내 단일화'는 친윤계와 한 대행의 일치된 이해관계에 해당합니다.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해야, 돈이 안 듭니다.
- 제가 국민의힘 후보라면, 1주일 만에 단일화 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내 편’이고, ‘명분’도 내가 갖고 있는데, 계속 시간을 끌고, ‘단일화 안 할 수도 있다’고 밀어붙일 것 같습니다. 여론도 한 대행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당 지도부가 몸이 달아 ‘한 대행의 대행’이 되어 서두른다는 것입니다.
- 아마도 한 대행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당무에 일절 개입 않는다. 행정부와 당은 분리한다’고 할 것입니다. 나아가 ‘임기 단축-개헌’을 얘기할 것입니다. ‘나는 정치를 모르고, 오로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구하기 위한 소방수로 나서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한동훈 후보가 ‘임기 3년’을 얘기했으므로, 아마도 ‘임기 2년’을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임기 1년도 가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출마 명분이 너무 없기에 이렇게라도 명분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묻고 더블로’입니다.
4. 사설
한겨레 = 출마 임박 한 대행, 국정으로 사전선거운동 해선 안돼
중앙 = '출마 임박' 한덕수, 국민 설득할 명분 제시가 먼저
조선 = 韓 대행 출마 명분과 비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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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Now and Then
가수 이미자(84)씨가 지난 27일 마지막 콘서트를 끝으로 무대 아래로 내려갑니다. 지난 1월 나훈아에 이어 우리 가요사를 빛낸 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며 역사의 장이 넘어갑니다.
지난 1959년 데뷔해 올해로 66년째인 이미자는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 그대로 마무리 했습니다. 감정에 북받치지도 않았고, 노래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음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은퇴’라는 단어를 피한 것은 앞으로도 가끔 방송 등에 나올 가능성을 스스로 완전히 닫지는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미자의 최고 히트곡은 ‘동백 아가씨’로, 35주간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애초 이 노래는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로 만들어졌는데, 노래가 히트하자 신성일·엄앵란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남쪽 섬마을 처녀가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과 사랑에 빠져 미혼모가 되어 떠난 그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다는, 지금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지만,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동백 아가씨’는 당시 이 주인공이 일하던 바의 이름이 ‘동백’이어서 이런 제목이 붙었다고 합니다. 당시 스토리와 상관없이, 아픔과 한이 많았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이 이미자 노래를 듣고 부르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은 1965년 ‘동백 아가씨’를 방송금지곡으로 지정합니다. 왜색풍이 이유입니다. 관료들이 한일수교를 계기로 일본 문화 유행을 우려해 본보기로 ‘동백 아가씨’를 택했다는 것인데, 정작 박 대통령의 애창곡이 ‘동백 아가씨’였다고 합니다. ‘동백 아가씨’는 22년 뒤인 1987년에야 금지곡에서 해금됩니다.
영상은 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마지막 무대에서 이미자씨가 부르는 ‘동백 아가씨’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RrD0D2ca7U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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