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개정안, 대통령 대행의 재판관 임명권 제한
韓 “삼권분립 어긋나”…출마-사퇴 여부는 언급 안해
韓 “삼권분립 어긋나”…출마-사퇴 여부는 언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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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4.29 뉴시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구조와 권력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헌법 제71조에 의하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토록 하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하게 6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헌법재판관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반한다”고도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며 “헌법 훼손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반대 속에 처리했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김상욱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논란은 이달 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시작됐다. 민주당이 당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기 위한 ‘총력전’ 태세에 들어가면서다.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마 재판관 임명 압박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임 지명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형배 전 헌재소장 직무대행 임기 만료를 앞두고 탄핵 선고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판관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또 다른 압박이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 전 대행과 이미선 전 재판관 후임으로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하면, 헌재 내 보수 성향 재판관이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헌재가 예상과 달리 만장일치로 두 재판관 퇴임 전에 윤 전 대통령을 탄핵했고, 이후 한 권한대행이 임기 만료를 열흘 앞둔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원 일치로 인용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민주당은 재판관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여덟 번째다. 그는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한 권한대행이 다음 달 초 사퇴하고 대선 출마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 관련 “한미 양국은 이번 협의를 통해 굳건한 양자관계를 재확인했으며 향후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주부터 관세·비관세 조치, 조선업 협력방안 등 분야별 실무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7월까지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며, 때로는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를 겨냥해 “입법권과 예산권을 통해 민심에 부응해야 하는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한 때인데 아직도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한시가 급한 반도체특별법 제정안,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안, 지방투자 기업에 획기적인 규제·조세 특례를 부여하는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 제정안 등 하루빨리 처리되어야 할 법안들이 너무나 절박하다”고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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