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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한탄, 괜히 봉변당한 이정후… 그래도 마지막에 웃었다, KBO와 다른 야구도 문제 없었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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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28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텍사스와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끝내기 승리도 기분이 좋은데, 그것도 보기 드문 끝내기였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백전노장인 밥 멜빈 감독조차 “이런 일은 처음인 것 같다”고 웃었을 정도였다.

2-2로 맞선 9회였다. 시리즈 내내 타선이 잘 터지지 않아 빡빡한 경기를 하고 있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연장을 대비하며 불펜 운영에 머리가 아플 시기였다. 텍사스 마무리 루크 잭슨이 마운드에 올라 긴장감을 더했다. 첫 타자 헬리엇 라모스가 초구를 쳤으나 땅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행운이 찾아왔다.

잘 맞지 않은 타구였지만 코스가 좋았다. 3루수의 수비 위치는 정위치였고,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탓인지 투수 잭슨이 급했다. 황급히 공을 잡아 역동작으로 1루에 공을 던졌다. 송구가 정확하게 가면 호수비였지만, 역시 그렇지 않았다. 공이 옆으로 새면서 외야 파울라인으로 굴렀다. 차라리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

라모스가 2루까지 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라모스가 욕심을 낸 것이 행운으로 이어졌다. 공 처리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본 라모스가 3루로 뛴 것이다. 사실 무리한 주루 플레이였다. 그런데 역시 야구는 꼭 확률대로 가는 건 아니었다. 1루수 제이크 버거가 라모스를 저격하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는데 이 공도 빠졌다.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간 라모스가 벌떡 일어나 홈까지 뛰었다. 결국 홈을 쓸며 극적인 끝내기가 만들어졌다. 공식 기록은 라모스의 내야안타에 이은 실책 두 개로 득점이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끝내기 상황이었고, 실책에 실책이 겹친 상황이라 오라클파크가 내내 들썩였다. 샌프란시스코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라모스가 3루로 뛸 때부터 모든 선수들이 기립해 이 상황을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자 모두가 뛰어나와 라모스를 맞이했다. 베이스를 도느라 기진맥진한 라모스를 강제로 일으켜세운 동료도 있었고, 모두가 라모스를 ‘두들기며’ 기쁨을 같이 했다. 샌프란시스코 중계진은 웃으며 대환호했고, 반대로 텍사스 중계진은 "말도 안 돼(No way)"라면서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속도가 늦었던 것일까. 이정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홈에 도착했고, 하필 그때 다른 동료는 ‘게토레이 샤워’를 준비 중이었다. 이정후를 겨냥한 샤워는 아니었으나 그 시점에 이정후가 라모스를 단독으로 축하해주고 있던 까닭에 라모스와 이정후가 모두 물세례를 받았다. 타이밍이 좋지 않아(?) 봉변을 당한 셈이었지만, 모든 사진에 라모스와 이정후가 투샷을 받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물세례였다.


이정후는 이날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약간 떨어진 0.324를 기록했으나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갔다. 최근 멀티히트 게임의 비율은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꾸준한 안타 생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도 0.929로 여전히 0.90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빛났다. 팀이 1-2로 뒤진 4회 2사 후 상대 타자 조나 하임이 중견수 방면으로 잘 맞은 안타를 쳤다. 이정후가 잡기는 어려운 공이었다. 그런데 하임이 2루로 뛰기 시작했다. 송구만 빗나가거나 중견수가 조금만 방심한다면 충분히 살아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정후는 방심이 없었다. 정확하게 2루로 송구해 하임을 2루에서 잡아냈다. 시즌 세 번째 어시스트(보살)였다. 이정후의 강한 어깨를 다시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확실한 안타 퍼레이드는 없었지만 그래도 5경기 연속 안타, 3번째 어시스트, 여기에 극적인 끝내기까지 더해졌다. 이정후로서는 기분 좋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의 17연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이 끝내기가 팀에 큰 여운을 남긴 또 다른 이유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2일부터 살벌한 17연전 일정을 진행했다. 12일부터 14일까지는 뉴욕에서 뉴욕 양키스와 3연전을 치렀고, 15일부터 18일까지는 필라델피아 원정 4연전을 진행했다. 19일부터 21일까지는 LA 에인절스 원정 3연전이었다. 동부에서 서부로 날아오는 사이에 휴식일이 하루도 없었다. 시차 적응도 해야 해 피로도가 굉장히 가중되는 양상이었다.


이어 곧바로 홈으로 돌아와 22일부터 25일까지 밀워키와 4연전, 26일부터 28일까지는 텍사스와 3연전을 치렀다. 선수들이 녹초가 될 만한 여건이었다. KBO리그에서 꼬박꼬박 월요일 휴식일이 있었던 이정후로서는 개인 경력에서 가장 긴 연전이기도 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이 17연전 살인 일정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심이었는데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정후는 이 17경기에 모두 나갔다. 선발에서 빠진 날도 경기 후반 출전하곤 했다. 이 기간 타율 0.317로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고, 출루율은 0.389로 높았다. 홈런 3개, 2루타 4개, 3루타 1개를 기록하는 등 이 기간 장타율은 0.556으로 호조를 보였고 OPS도 0.944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삼진 10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도 8개를 골랐고, 12타점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타격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이정후는 이제 29일 하루를 푹 쉰다. 30일부터는 같은 지구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원정을 가고, 이후 다시 홈으로 돌아와 콜로라도 4연전, 그리고 바로 시카고 컵스 원정 3연전을 떠난다. 이후 휴식일이 있다. 5월에는 휴식일이 나흘 끼어 있어 체력적인 보충의 시간이 비교작 여유가 있는 편이다. 재충전한 이정후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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