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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로 맞선 9회였다. 시리즈 내내 타선이 잘 터지지 않아 빡빡한 경기를 하고 있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연장을 대비하며 불펜 운영에 머리가 아플 시기였다. 텍사스 마무리 루크 잭슨이 마운드에 올라 긴장감을 더했다. 첫 타자 헬리엇 라모스가 초구를 쳤으나 땅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행운이 찾아왔다.
잘 맞지 않은 타구였지만 코스가 좋았다. 3루수의 수비 위치는 정위치였고,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탓인지 투수 잭슨이 급했다. 황급히 공을 잡아 역동작으로 1루에 공을 던졌다. 송구가 정확하게 가면 호수비였지만, 역시 그렇지 않았다. 공이 옆으로 새면서 외야 파울라인으로 굴렀다. 차라리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
라모스가 2루까지 가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라모스가 욕심을 낸 것이 행운으로 이어졌다. 공 처리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본 라모스가 3루로 뛴 것이다. 사실 무리한 주루 플레이였다. 그런데 역시 야구는 꼭 확률대로 가는 건 아니었다. 1루수 제이크 버거가 라모스를 저격하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는데 이 공도 빠졌다. 3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간 라모스가 벌떡 일어나 홈까지 뛰었다. 결국 홈을 쓸며 극적인 끝내기가 만들어졌다. 공식 기록은 라모스의 내야안타에 이은 실책 두 개로 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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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의 속도가 늦었던 것일까. 이정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홈에 도착했고, 하필 그때 다른 동료는 ‘게토레이 샤워’를 준비 중이었다. 이정후를 겨냥한 샤워는 아니었으나 그 시점에 이정후가 라모스를 단독으로 축하해주고 있던 까닭에 라모스와 이정후가 모두 물세례를 받았다. 타이밍이 좋지 않아(?) 봉변을 당한 셈이었지만, 모든 사진에 라모스와 이정후가 투샷을 받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물세례였다.
이정후는 이날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약간 떨어진 0.324를 기록했으나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갔다. 최근 멀티히트 게임의 비율은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꾸준한 안타 생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도 0.929로 여전히 0.900 이상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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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안타 퍼레이드는 없었지만 그래도 5경기 연속 안타, 3번째 어시스트, 여기에 극적인 끝내기까지 더해졌다. 이정후로서는 기분 좋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의 17연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이 끝내기가 팀에 큰 여운을 남긴 또 다른 이유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2일부터 살벌한 17연전 일정을 진행했다. 12일부터 14일까지는 뉴욕에서 뉴욕 양키스와 3연전을 치렀고, 15일부터 18일까지는 필라델피아 원정 4연전을 진행했다. 19일부터 21일까지는 LA 에인절스 원정 3연전이었다. 동부에서 서부로 날아오는 사이에 휴식일이 하루도 없었다. 시차 적응도 해야 해 피로도가 굉장히 가중되는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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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이 17경기에 모두 나갔다. 선발에서 빠진 날도 경기 후반 출전하곤 했다. 이 기간 타율 0.317로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고, 출루율은 0.389로 높았다. 홈런 3개, 2루타 4개, 3루타 1개를 기록하는 등 이 기간 장타율은 0.556으로 호조를 보였고 OPS도 0.944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삼진 10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도 8개를 골랐고, 12타점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타격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이정후는 이제 29일 하루를 푹 쉰다. 30일부터는 같은 지구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원정을 가고, 이후 다시 홈으로 돌아와 콜로라도 4연전, 그리고 바로 시카고 컵스 원정 3연전을 떠난다. 이후 휴식일이 있다. 5월에는 휴식일이 나흘 끼어 있어 체력적인 보충의 시간이 비교작 여유가 있는 편이다. 재충전한 이정후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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