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IA 김도영 선수의 방망이가 힘차게 헛돕니다. 너무 느려서 손도 못 댄 건데요. LG 임찬규 선수의 이 공은 시속 86km였습니다.
빨라야 이길 수 있다는 상식을 흔드는 느린 공의 성공 이야기, 이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팬들은 한화 문동주의 시속 158km 공에 열광하고 삼성 배찬승의 156km 공에 환호합니다.
누군가 시속 160km 공을 찍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강속구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빠른 게 좋은 야구에서 너무 느려서 재미를 보는 투수도 있습니다.
LG 선발 투수 임찬규의 공이 그렇습니다.
[LG 2:3 KIA/광주구장 (어제)]
1회 무사 2,3루 위기에서 KIA 김도영을 상대로 시속 112km 커브와 135km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더니,
[중계 : 지금 2, 3루 상황에서 김도영을 삼진 잡았다… 임찬규 선수 몰입감이 돋보입니다.]
3회엔 더 모험을 걸었습니다.
시속 111km 커브로 파울을 유도한 뒤 더 느리게 시속 86km 커브를 던져 배트를 헛돌게 했습니다.
다음 공은 117km 커브, 최고의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요리했습니다.
KIA전에선 패전을 떠안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미 4승을 챙겼습니다.
2011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150km를 던지는 강속구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속도를 잃자 '속도의 차'를 이용한 투구로 빛을 보고 있습니다.
한화 류현진도 다르지 않습니다.
142km 빠른 공을 보여줬다가 130km 체인지업으로 방망이를 이끌어내고, 112km 느린 커브로 타자를 한 번 묶어놓고선 145km 빠른 공으로 뜬공을 유도합니다.
시속 160km의 무시무시한 공이 익숙해지는 프로야구.
그 트렌드를 비틀듯 노련한 투수들의 성공 이야기가 재미를 더합니다.
이들의 투구는 그냥 안 빨라서 신기한 게 아니라 '느린 공', '조금 느린 공', '아주 느린 공'을 섞어 쓰는 지혜가 있어 박수를 끌어냅니다.
[화면제공 티빙(TVING)]
[영상편집 박인서]
이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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