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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당뇨약도 못 챙겨"…침울한 대구 북구 산불 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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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초·동변중·매천초 강당에 주민 110여명 대피
산불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서 부축받는 어르신[촬영 황수빈]

산불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서 부축받는 어르신
[촬영 황수빈]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매일 먹는 당뇨약도 못 챙겨 나왔어요. 당장 오늘 저녁에 먹어야 하는데…"

28일 오후 대구시 북구 팔달초 강당.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면서 이곳에는 조야동 등 인근 주민 50여명이 대피해있었다.

대피소는 급하게 꾸려진 탓에 아직 의자만 있었다. 텐트나 구호품은 아직 없는 상태였다.

대피소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주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보며 행여 산불이 확산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걱정하는 가족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으면서 한숨을 쉬는 이도 있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의 적지 않은 나이로 보였다.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에 모이고 있다. 2025.4.28 hsb@yna.co.kr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대피소인 팔달초 강당에 모이고 있다. 2025.4.28 hsb@yna.co.kr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조학이(72) 어르신도 구급차에서 내려 소방관들의 부축을 받고 강당에 힘겹게 들어섰다.


그는 급히 나온 탓에 지팡이 하나만 달랑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이랑 저녁마다 당뇨약을 먹어야 하는데 하나도 못 챙겼다"며 "당장 오늘 저녁에 먹어야 할 약도 없다"고 힘겹게 입을 뗐다.

조 어르신은 몸이 불편한 듯 직원들이 마련한 파란색 매트에 누웠다.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서 안부 전화(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마련된 팔달초 강당에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안부 전화를 받는 모습. 2025.4.28 hsb@yna.co.kr

대구북구 산불 대피소서 안부 전화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마련된 팔달초 강당에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안부 전화를 받는 모습. 2025.4.28 hsb@yna.co.kr


집 근처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일터에서 돌아온 주민도 있었다.

홍슬기(34)씨는 "일을 하던 중 재난 문자가 왔길래 뉴스를 보니 산불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번지길래 일단은 조기 퇴근을 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집에서 못 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상황을 보다가 숙박업소나 친척 집에서 잘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최모(52)씨도 "불이 난다길래 창문을 보니 연기가 엄청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급한 대로 금품이랑 약, 옷 한두벌 정도만 챙겨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동변중학교에는 50여명, 매천초등학교에는 10여명의 주민들이 화염을 피해 대피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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