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사설] 출마 임박 한 대행, 국정으로 사전선거운동 해선 안돼

한겨레
원문보기
속보
EU, 200척 가까운 러 그림자함대에 새 제재 부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영국 시사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영국 시사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측근인 손영택 총리 비서실장이 28일 사표를 냈다. 한 대행보다 한발 먼저 나가 한 대행 대선 캠프를 준비한다고 한다. 한 대행도 대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5월4일) 직전인 새달 1~3일 사이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정작 본인은 이날도 가타부타 말없이 줄타기 행각을 이어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좌를 누리며 대선 행보에 한뼘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국정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유화하고 있다. 이런 파렴치가 또 있었던가.



한 대행은 출마 여부에 입을 꾹 닫은 채, 실제로는 사전선거운동을 방불케 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인터뷰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적 협상을 통해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미 통상 협상에 대해 언급했다. 진정 국익을 생각한다면 대선 불출마부터 선언하고 협상에 전념해야 국민의 신뢰 위에서 협상을 이끌 수 있다. 지금은 한 대행이 막대한 국익이 걸린 협상마저 자신의 대선 행보에 이용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국민적 합의 위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부적절한 처신으로 그 기반을 허물어뜨린 셈이다. 한 대행은 오는 30일 한국과 조선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하는 존 페일런 미 해군부 장관을 접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도 출마 명분이 필요한 한 대행이 성과를 내려 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정국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책무를 저버린 채 자신의 출마 기반인 보수 세력의 이익과 이해 대변에 급급한 행태도 도를 넘었다. 한 대행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권한대행이 지명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차기 대통령의 지명 권한을 탈취해 행사하는 위헌·월권을 저질러 국민 분노를 산 데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마저 막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마사회장 최종 후보에 올라가는 등 ‘알박기 인사’도 계속되고 있다. 한 대행의 지시와 용인이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정을 한낱 대권 놀음의 도구이자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여기는 인물에게 더 이상 양심과 염치를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국민의 마지막 신임조차 배반하는 순간 한 대행을 기다리는 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일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