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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크라 혈맹’ 된 북·러, 한반도 안보 외교 역량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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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19일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19일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북한이 2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입장문을 공개하고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는 지난 26일 우크라이나에 점령됐던 쿠르스크의 통제권 회복에 북한군이 “중요한 도움을 줬다”며 북한군 파병을 처음 인정한 데 이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북·러가 우크라 파병을 계기로 ‘혈맹’으로 격상된 밀착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북한은 북·러 정상이 지난해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근거로 참전했다고 밝혔다. 북·러 조약 4조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가 되면 다른 쪽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는 자동 군사개입을 명시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북·러 조약 이행 차원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상 불법이고, 제3국인 북한군 참전도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적 행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은 러시아를 “형제적 나라”라고 부르며, 이번 파병이 “북·러 친선 협조관계의 모든 방면에서의 확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북한판 이지스함’인 5000t급 다목적 구축함 진수식을 열었고, 지난 3월에는 ‘하늘의 지휘소’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북한판 전략핵잠수함(SSBN)’인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을 처음 공개했다. 러시아 기술·부품 지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첨단기술이 추가로 북한에 제공될 수도 있다. 근래 중국과 소원해진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 삼아 국제사회 경제 제재 등 압박에 버티고, 향후 미국과의 핵·미사일 협상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밀착은 한국에 위협이 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도 가중시킬 게 뻔하다.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북·러가 군사적으로 결탁하고, 통상·안보 영역의 미·중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 뜻도 밝히고 있다. 한·미·일 협력도 큰 틀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제 한국 스스로 외교안보 역량을 높여 주도적·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장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윤석열 정부에서 방치된 대러시아 관계도 개선하고, 북한과의 대화도 준비해야 한다. 국가 미래와 국민 생명이 달린 한반도 평화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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