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더 강하고 빠른 미·중 무역전쟁
AI 반도체까지 확전…무역전쟁 전방위로
1기때처럼…트럼프·시진핑 악수 가능할까
AI 반도체까지 확전…무역전쟁 전방위로
1기때처럼…트럼프·시진핑 악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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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타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인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처럼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자, 중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맞불 관세로 받아치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관세를 비롯해 첨단 기술, 안보 등에서도 갈등이 커지며 신냉전 체제와 같은 양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국의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상대방이 놀랄만한 행동을 한 뒤, 협상에 나서는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이 과거와 달리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예상대로 관세 때린 美, 기다린 듯 받아친 中=미국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에 부과된 관세율은 총 145%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며 관세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관세 부과 근거는 중국산 펜타닐(좀비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미국을 악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자로 중국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중국 측에서는 즉각 보복 관세를 물리면서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같은 달 10일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농기계·대배기량 자동차·픽업트럭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인 3월 4일부터 대중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0%로 올렸다. 중국 역시 미국산 농·축산물 740개 품목에 추가로 10% 또는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주고받기’로 끝나는가 싶었던 미·중 무역전쟁은 상호관세가 등장하면서 격화했다. 상호관세란 무역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들이 미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며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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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
▶오지 않는 시진핑의 전화…트럼프 계산 실패?=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자칭 ‘미국 해방의 날’이라 불렀던 상호관세 발표일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34%가 붙었다. 해당 발표 후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똑같이 34%의 맞불 관세로 맞섰다. 여기에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대한 금수조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전방위 무역 보복에 나섰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84%로 인상했고, 중국도 이튿날 84%의 대미 보복관세로 비례 대응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상호관세는 125%로 끌어올렸고, 결국 대중 관세는 145%까지 높아졌다. 중국도 지난 11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84%에서 125%로 올리는 관세 조정 고시를 발표하며 “의미없는 숫자놀음”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미·중 무역전쟁은 이처럼 예상보다 빠르고, 관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 등 전방위로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중국으로 들어가는 AI 반도체 기술을 틀어막으며 새로운 보복 조처를 하고 있다. 직전 정부인 조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국 AI 반도체 규제를 한 층 더 강화해 엔비디아 ‘H20’, 인텔 등 저사양 AI 반도체 수출제한에 나섰다. 이에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대체한다는 목표로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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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각종 압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미·중 무역분쟁을 겪었던 중국이 트럼프식 거래를 알고 있기에 더욱 정상 간 대화를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일대일’, ‘톱다운(최고지도자 간의 의사결정이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에 응할 경우 중국이 굽히고 들어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중국 담당 국장이었던 라이언 하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전 세계 경제는 아직 잡히지 않은 한 통의 전화(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년간 갈망해 온 시 주석과의 브로맨스는 점점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지고 있다. 무역 전쟁이 조속히 해결될 가능성도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화냐, 아예 단절이냐…남은 임기 어떻게=하지만 양국이 언제까지 높은 관세를 유지할 수 없는 만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무역 협상을 담당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미·중 관세에 대해 “현재 관세 수준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빅딜(큰 거래) 기회가 있다”며 “중국이 수출주도형 제조업 성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경제 중심으로 재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도 관세 일부를 철회하면서 대화 빌미를 만들고 있다. 중국은 최근 당국의 공식 발표 없이 슬그머니 메모리칩을 제외한 미국산 반도체 8종에 대한 관세 125%를 철회했다고 미 CNN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미·중 양국이 관세 협상의 물꼬를 트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양국 간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2018년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협상을 마무리하며 1기 때처럼 미·중 무역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대로 현재의 갈등이 더욱 심해져 신(新) 냉전체제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견제도 있어 상황이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관계 붕괴, 신냉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국 간의 경제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과 미국은 무역을 넘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냉전으로 향하고 있다”며 “양국은 독자적인 연합체를 형성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릭 워터스 카네기 세계평화재단 중국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태에 있으며 무역 긴장의 고조가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보조 장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 신(新)냉전이 아니라고 말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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