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고양=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최종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5.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고양=뉴스1) 안은나 기자 |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지난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4차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발표되는 걸 지켜보던 한 민주당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이 의원은 "(4개 권역 중)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90% 가까이 득표율을 얻었을 때만 해도 당원이 많은 호남·수도권을 거치면 득표율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변에서도 그렇게들 많이 예상했다"고 했다.
'구대명'(90%의 지지율로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 현실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내에서는 크게 3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보수 진영에서 계엄 옹호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역으로 이 후보 중심의 결집을 끌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계엄 세력 단죄를 위해선 이 후보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것과 △예상치 못한 조기 대선 속 다른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
'89.8%' 역대 최대 득표율…당원 투표율도↑
━
이 후보는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50%,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50%를 합산한 결과 89.77% 득표율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 선출됐다. 민주당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15대 대선 새정치국민회의 경선에서 기록한 77.53%,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기록한 83.97%를 모두 앞선 수치다.
투표율이 60.5%로 낮았던 것도 아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선거인단을 모집했던 예년과 달리 여론조사를 실시해 과거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권리당원만 떼어놓고 보면 투표율은 지난 대선 경선(57.46%)보다 3%포인트(P)가량 상승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권리당원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당원이 투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양=뉴스1) 안은나 기자 =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고양=뉴스1) 안은나 기자 |
━
"여전한 계엄 옹호가 역결집 불러"
━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가 얻은 역대 최대 득표율은 불법 계엄과 내란 세력을 단죄하라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 계엄 합법화와 탄핵 반대 주장이 지속되는 상황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찰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된 채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오히려 민주당의 결집을 부른 모양새다. 계엄 세력을 단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유력 주자에 표를 몰아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높은 득표율은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이 후보에 대한 검증된 지지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가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을 '일극 체제'로 평가한 것과 관련해 "이 후보를 유력한 대선 주자로 만든 것이 결국 본인들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
李, 사법리스크 해소로 날개…조기대선 변수 영향도
━
이 후보가 지난 3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더욱 대세론을 견고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함께 찍힌 사진이 조작됐다고 한 발언 등을 유죄로 인정해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로 이 후보는 그를 옭아맸던 사법리스크로부터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이 아닌 법리 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이 후보가 받는 다른 4개의 재판도 조기 대선일(6월3일) 전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발표와 대통령 탄핵, 이어진 조기 대선이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경쟁 후보들이 비교적 대선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 대선의 경우 경선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아 후발주자들이 존재감을 부각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비상계엄과 발표됐을 때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유럽에서 유학 중이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윤 전 대통령 임기 만료에 따른) 2027년 대선을 목표로 막 조직을 구축하기 시작했던 때였다"며 "민주당 당 대표로서 대통령 탄핵 정국의 중심에 있었던 이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